<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최근 들어 미국 이후의 세계 역학구도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약세, 천문학적인 누적 적자, 부동산 버블과 금융위기, 전통적 우방의 이탈 등 그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이 없다는 것이 요즘 미국에 대한 평가이다.
중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은 더 이상 달러를 쌓아놓기를 주저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어깨에 힘을 잔뜩 넣고 있다. 그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3억 명을 돌파한 풍부한 인구자원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과 기업의 애국적인 출산복지제도 활성화에 힘입어 최근 인구 증가율이 2.05명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미국은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것이 기업과 국민들의 애국심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적인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신흥 공업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역시 경제활동인구가 많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인도는 현재 6세에서 16세까지의 인구가 3억 2천만 명으로 향후 40년 동안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력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러시아의 입장은 정 반대이다. 출산율 감소와 사망률의 증가로 정부가 큰 고민에 빠져 있다.
러시아의 푸틴 총리는 인구감소를 국가 위기로까지 규정하고 신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인구는 향후 10년 동안 약 4천5백만 명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중 50% 정도가 경제인구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감소추세를 막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진국들의 인구문제에 대한 심각한 접근에비추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약 4천 8백만 명이고 그 중 생산 가능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70%에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의 인구 성장률이 0.4%인 점을 감안할 때, 2020년에는 정점을 찍고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50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35%에 달하여 생산 가능 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는 2005년 약 13명에서 2050년에는 70명으로 증가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인구문제는 국가적인 장기 전략과제로 다루어지고 전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가 싶더니, 역시 요즘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정부의 인구정책 역시 장기적이고 전략적이기보다는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부족 때문에 출산장려정책이 겉돌고 있다고도 한다.
기초의원들 세비 올리는 것보다 출산장려금 지급이 국가를 위해 더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여성 인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인구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요구된다.
단기적 이익에 몰두해온 기업들도 이제는 출산 활성화를 위해 애국심을 발휘해야 할 때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사 내 탁아시설을 갖추는 것은 고사하고 임신한 여성에 대하여 묵시적인 퇴사를 강요하는 경우도 잔재하고 있다.
출산장려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여성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어야 한다.
공무원들도 작업현장에서 여성 근로자들의 복지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확인하여 실질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범세계적 경쟁상황 속에서 출산문제는 장래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이익을 내는 데만 급급한 기업과 탁상행정에 매달려 있는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애국심을 빌어 호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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