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자 시신 도착한 네덜란드

[충청일보] 23일(현지시간) 오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군 기지에 네덜란드와 호주군 수송기 두 대가 착륙했다.

지난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로 가다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탑승객 40명의 시신이 실려 있는 항공기다.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내외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호주와 말레이시아 등 희생자를 낸 다른 10개국 대표는 공항 활주로 옆에 줄지어 서 있었다.

희생자들의 국기가 조기로 내걸린 공항에서 군악병의 구슬픈 트럼펫 연주가 울려 퍼졌다.

오후 4시 1분간의 묵념에 이어 정복을 입은 군인들이 수송기에서 나무 관을 하나씩 내려 영구차에 실었다.

군인들은 더운 날씨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흔들림 없이 정중하게 관을 옮겼다.

희생자 유족도 공항에 나왔으나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네덜란드 정부는 시신이 도착하는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해 희생자들을 예를 다해 맞았다.

네덜란드 전국에서는 조기가 게양됐으며 수송기 도착에 맞춰 전국 교회에서 5분간 조종이 울려 퍼졌다.

피격기가 출발했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도 희생자 추모를 위해 묵념 시간에 맞춰 1분간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됐으며 열차도 1분간 멈춰 섰다.

스키폴 공항과 네덜란드 희생자의 집 앞에는 여행객과 이웃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이 수북이 쌓였다.

이날 도착한 시신은 힐베르쉼의 군 기지로 옮겨져 신원확인 등 조사를 거친다.

수송기가 도착한 에인트호번 공군기지에서 힐베르쉼을 잇는 고속도로 100㎞는 영구차만 통과할 수 있도록 통제됐다.

이번 참사로 193명의 최대 희생자를 낸 네덜란드가 조사작업을 주도하며 신원 확인이 된 시신은 각국 정부에 인도된다.

뤼터 총리는 "시신 확인 작업에 수 주일에서 수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생자 298명의 시신을 모두 수습할 수 있을지는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다.

'네덜란드판 9·11테러'로 기억될 이 일을 겪은 네덜란드인들은 슬픔을 넘어 사건 책임자들에 대해 분노를 보이고 있다.

프란스 팀머만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1천500만 명의 네덜란드인은 누구라도 이번 사건으로 숨진 이들이나 유족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게 사고든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그런 것이든 끔찍한 일이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 시민은 이날 저녁 암스테르담 왕궁 앞에서 추모 침묵시위도 벌일 예정이다.

말레이시아기 격추에 사용된 미사일이 러시아가 반군에게 제공한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네덜란드 내에서는 경제적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러시아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지 최대 일간지인 '데 텔레그라프'의 여론 조사 결과 네덜란드 국민 78%는 자국 경제에 불이익이 있더라도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답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