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통상 골퍼들이 골프장을 평가할 때, 접근성·코스상태·캐디 등의 서비스 수준·회원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골프장 오너들은 골프회원권 가격이 비싸야만 고급(또는 명문) 골프장이 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
잘 아시다시피, 골프회원권 가격은 통상 총 투자비에서 회원수를 나눈 금액으로 계산된다. 예컨대, 18홀짜리 회원제 골프장을 1000억 원 투자했을 경우, 200명의 회원을 모집하면 회원권 가격은 5억 원 정도이지만 500명을 모집하면 2억 원 정도로 책정된다. 여기에 골프장의 접근성, 회사의 지명도, 주변 회원권 시세 등을 감안해 회원권 분양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회원권 분양가가 비쌀수록 회원수가 적어 부킹이 수월하고 그린피 면제 등 회원혜택이 많다. 달리 말하면, 고가 골프장은 그린피가 면제되는 회원 위주로 운영되면서 운영수입이 미미하거나 적자를 기록한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골프장 경영실적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9.7%에 달했지만 수도권에 있는 10억 원 이상 초고가 회원권 골프장들의 영업이익률은 6.0%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회원의 고가로 분양하려는 것은 회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면서 회원권 분양을 성공시키는 동시에, 고급 골프장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이다. 고가 회원모집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입지여건이 좋은 곳, 즉 돈많은 골퍼들과 법인들의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방에다 골프장을 지으면서 고가로 분양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일례로, 충북의 한 회원제 골프장은 지난해 회원을 99명만 모집하면서 분양가를 8억 원으로 책정했다가 얼마전 1억 3000만 원으로 크게 인하했다.
이 골프장은 서울에 있는 법인회원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서울에서 골프장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는 점 때문에 법인회원 모집에 실패했고 부랴부랴 분양가를 인하했다. 또 대구 인근에 있는 골프장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고가로 회원모집에 나섰다가 결국 실패하고 분양가를 낮췄다. 분양에 실패하면 현금흐름이 엉망이 되면서 골프장의 자금부담도 크게 가중되게 된다. 이같은 사례는 골프장 오너의 무지가 빚은 해프닝이다.
이처럼 골프장 오너들이 회원권을 고가로 모집하려는 주된 이유는 '고가 회원권 골프장 = 고급 골프장'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고급 골프장은 앞에 설명한 것처럼 접근성·코스 및 서비스 수준·회원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지, 단지 회원수가 적다고 고급 골프장은 아니라는 뜻이다.
필자는 '명문 골프장'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골프장 홈페이지의 인사말에는 명문 골프장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금방 생긴 골프장도 명문이고 지방 산골에 있는 골프장도 명문이고 도대체 명문이란 문구를 너무 남발하고 있다.
골프장이 개장한지 적어도 5년 내지 10년 이상 지나면서 골퍼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명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정상인데, 해당 골프장 자신이 명문이라고 하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골프회원권값만 비싼 무늬만 명문이 아니고 코스나 서비스 수준 등이 높아 골퍼들이 꼭 다시 찾고 싶은 명문 골프장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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