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논의를 미뤘던 예민한 사안들에 대해서까지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문제, 북핵신고서의 철저한 검증 및 비핵화 3단계 진입을 위한 공조방안, 한국인의 미국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 한국 대학생의 미국 취업연수 프로그램 실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재건 지원방안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는 물론 정치·경제·외교적 측면에서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주요 현안들이다. 미국측이 우리에게 어떤 주문을 내놓을 것인지,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 요구는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우리의 독도 표기변경 요청을 들어줬다고 해서 거기에 보답하는 듯한 협상결과가 나와서는 안된다. 특히 북핵문제를 비롯해 주요 현안 논의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의 한국 주변상황은 좋지 않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남북관계는 갈수록 경색되고 있고,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독도문제로 한일관계도 악화돼 있다. 독도문제와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은 한미정상회담의 공식 의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자연스럽게 거론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지원을 요청하기 앞서 금강산 사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가 무엇인지 그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중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문제, 주한미군의 지위변경 및 방위비 분담금 조정문제 등이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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