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요즈음은 많은 사람들이 노년을 대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노년에도 들 수 있는 보험, 노년이지만 청년처럼 사는 삶 등이 TV에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아무리 의술이 발달해도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을 한없이 늘일 수는 없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줄일 수 있지만,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자연적인 노화로 인해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마다 수명의 길이가 다를까?  최근 과학의 발달로 수명과 관련 있는 인체 안의 물질이 발견됐다.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라는 물질인데, 이 물질은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길이가 줄어든다.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세포가 끊임없이 분열하는데, 이때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다가 결국 없어지게 되면 세포가 분열하지 못하고 노화돼 죽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텔로미어를 생체시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생체시계인 텔로미어는 사람마다 그 길이가 다르고, 세포분열할 때 줄어드는 길이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텔로미어의 길이만으로 그 사람의 수명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통계적인 수명은 판단할 수 있다.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으로는 커피와 술이 있다. 그런데 커피와 술의 효과는 정반대다. 에스프레소 샷과 비슷한 농도의 카페인을 마시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게 되지만, 5∼7%의 알코올 음료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기 때문이다.
 

노화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물질을 만드는 것인데, 그 물질이 텔로머라제다. 텔로머라제는 바닷가재나 해파리, 해삼, 무지개 송어 등에 많이 있다. 그래서 바닷가재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더욱 많아지고 껍데기는 단단해지고 힘도 세진다. 대부분의 동물 세포에 있는 텔로머라제는 암세포에서 활발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암세포는 노화돼 죽지 않고 계속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그 위력이 갈수록 세지는 것이다.
 

텔로머라제를 잘 사용하면 시간이 지나도 노화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젊어지는 회춘도 가능하다고 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텔로머라제를 못 만들어 늙어버린 쥐를 대상으로 텔로머라제를 투여했을 때 점점 젊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텔로머라제는 인체에 암을 유발하거나 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연구 단계에 있다.
 

조만간 음식이나 운동보다 효과적인 노화 방지제가 나오게 된다면 인간의 수명은 지금보다 두세 배 길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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