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지침 따라 '일근제' 전환
수사 연속성 차질… 민원 잇따라
교통부서 대형사고땐 '대란' 우려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경찰이 시행하는 '초과근무 운영지침'이 국민들의 치안 만족도를 크게 하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과근무수당의 투명성 제고와 국가 예산 절감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가 경찰 내부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불편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3일자 3면>
 

충북지방경찰청은 경찰청의 지침에 따라 지난 6월1일부터 초과근무 운영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현업부서의 초과근무수당 제한, 일부 현업부서의 해제, 당직 근무 중 식사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변경 등이 이번 지침의 골자다. 이에 따라 외근직 경찰의 근무 형태가 대폭 손질되면서 민원인들의 예상치 못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 초순 금요일 밤. 교통사고로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직 경찰은 현장 및 유족 조서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정상 퇴근했다. 다음날인 토요일, 교통사고조사계에는 유가족으로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장례 등에 필요한 서류가 필요한데, 경찰이 왜 출근을 안했냐는 것이다. 변경된 지침에 따라 토요일은 휴무이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
 

최근 청주권 일선 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는 이와 유사한 사례로 민원인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3명으로 이뤄진 1팀 교대 근무로 주말에도 최소 한 개팀 이상의 근무자가 대기했던 근무형태가 변경된 '초과근무 운영지침'에 따라 주 5일 근무제(주말 1인 당직제)로 변경되면서 민원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교통관리계 역시 일근제로 변경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퇴근길 상습교통정체구간에서 교통지도를 하던 경찰들이 사라진데다 주말에 실시하던 음주운전단속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관리계 직원들은 일근제로 변경되면서 퇴근 이후와 주말에는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굳이 교통지도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근무형태에서 대형 교통사고라도 난다면 그야말로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들이 많다.
 

사고조사계와 관리계가 구조, 교통 통제, 사고 수습, 조사까지 짜임새 있게 처리해야 하지만 지금 근무형태로는 직원들 동원부터 난항에 빠질 것이라는 게 이유다.

 

형사들도 민원인들의 항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개 팀을 당직·부당직 체계로 운영했던 근무체계가 '당직-비번-탄력-일근'의 강제 순번제 근무형태로 변경되면서 수사의 연속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변경 전에는 당직자가 다음날 비번이더라도 부당직자가 사건을 이어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연속성이 보장됐지만 지금은 비번일에는 팀 전체가 쉬도록 근무가 변경됐다.
 

A경사는 "민원인들이 찾아와 '경찰이 왜 쉬냐'고 묻고 '돈을 안줘서 근무를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도 묻는다"며 "변경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변경된 근무를 하다 보니 결국 민원인들만 피해자가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B경위는 "민원인을 위한, 현실성에 맞는,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한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며 "좋은 신발이라도 신는 사람이 불편하면 고쳐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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