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시세가 최근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마치 오랜 가뭄에 단비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른 건 더 마음에 든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물은 5일 뉴욕에서 배럴당 119.17달러로 폐장됐다.
하지만 아직은 기뻐할 단계가 아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실제로 국내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야 한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5.9%가 올랐다.
전기, 가스, 택시, 버스등의 '공공요금 인상 폭탄' 이 예고돼 있는 하반기에는 6%대도 훌쩍 뛰어넘을 게 확실시된다.
물가 당국이나 업계는 이에 대해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를 내세워 국민과 소비자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은 올린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다시 내려야 한다.
아직은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추세적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 확연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국제 시세가 오르면 재빨리 국내 가격에 반영하고 국제 시세 하락분을 국내 가격에 반영할 때에는 마냥 늑장을 부리는 게 거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이러니 국제 가격이 요동칠 때가 해당 업계로서는 '한 건' 올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사상 유례 없는 고유가로 서민들은 등골이 휘는 상황에서도 정유업계는 공전의 호황을 누리는 게 대표적인 예다.
작년 말 이후 여러 차례 오른 밀가루 값이 내리면 라면, 빵, 국수 등 관련 품목의 가격 인하로 이어져 서민들의 생활고를 다소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 핑계, 저 핑계로 가격인하를 미루고 있다. 더욱이 여행사, 학원 등은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 인상에 나섰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정부는 담합이나 매점매석으로 국가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덕 상인들에게 철퇴를 가하는 한편 유통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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