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별이란 말을 사전에 찾아보면 '서로 갈려 떨어짐'이라고 돼 있다.
 

지난달 우리 부서 구성원끼리 '이별여행'을 다녀왔다. 청원군에서의 마지막 부서로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 준비하게 됐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담기 위해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  우린 최선을 다해 푸짐한 경품과 간식까지 준비해 괴산 '산막이 옛길'로 떠났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 그동안 함께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돌아가며 이야기 했다. 유난히 신규직원이 많았던 부서여서 처음 시작하는 공직생활에 대한 소감을 얘기하는 상큼한 모습들이 참 예쁘다.

오늘 하루의 추억을 담기 위해 몇 달 전에 새로 장만한 카메라로 순간순간을 포착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카메라 무게가 2㎏이 넘다 보니 나중엔 팔이 좀 떨리기도 했지만 먼 훗날의 소중한 기억을 위해 참고 경품추첨, 2인 3각 경기 등 직원 하나하나의 표정을 컷에 담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카메라에 담긴 직원들의 모습을 넘기는 마음이 착잡하다.
 

기쁘게 하루를 보냈지만, 지난 1일부터 모두 다 흩어져서 각자의 자리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청원군이 아닌 청주시에서….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과장님이 "청원군의 마지막 부서인 주민생활과에서 느낀 소감을 써서 한 권으로 엮어서 나눠 갖자"라고 제안을 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모으니 한권의 책이 됐다.

전 직원 하나하나의 얼굴을 그리고, 멋진 시를 적기도 하고, 첫 신규임명장 받는 사진도 함께 했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여행 후기도 작성해 넣고는 먼 훗날 이 소감문을 보면서 감회에 젖을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청원군에서 마지막으로 앉아 근무했던 책상과 의자, 컴퓨터 등이 다른 부서로 옮겨 가는 날 청원군에서의 마지막 종무식을 했다.

조촐하게 다과와 음료를 준비했지만 모두들 무거운 분위기다. 모든 것을 마무리 하면서 진행하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 떨림은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울려 나오고 있었다.
 

과장님의 마무리 인사도 목이 메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울음이 시작되고, 눈물 속에서 과장님이 준비한 장미꽃 한 송이 한 송이를 직원 하나하나에게 전달했다.
 

새로운 임지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건강하기를 다짐하면서…. 그날  흘린 눈물은 누구나 흔히 흘릴 수 있는 눈물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흔한 희로애락의 눈물이 아니다.
 

30년이 넘은 시간동안 나에게 희망을 주고, 아픔과 격려로 성장시켜준 작은 역사와 이별 할 때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일 것이다. 먹먹한 가슴속에 소리 없이 '청원군의 역사'를 담는다. 청원군과 이별 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이제 통합청주시의 새로운 부서에서 알던 직원, 모르는 직원이 함께 어우러져 일하고 있다.

만나기 전에 가졌던 선입견들은 모두 나의 기우였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직원들도, 퇴근 할 때도 숙직실에 남아 있는 직원들도 아직은 눈에 익지 않은 얼굴들이 많지만 또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는 얼굴들로 다 바뀌겠지? 오늘도 나는 또 다른 이별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김복회 행우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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