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前 청주 경덕초 교장·수필가]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고 자연현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무관심하기 쉽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주 속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모든 현상 즉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변하고, 변하려면 실천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최봉수 박사의 '불교란 무엇인가'를 읽고 평소에 궁금하던 '수행관' 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다. 불교에서는 실천을 수행이라고 부르고 있다. 흔히 수행(修行)이라는 말은 '수(修)'자가 있기에 '닦음'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닦음'은 무언가 깨끗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더러운 것 등이 가리고 있을 때 닦아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 속에 무언가 깨끗하고 긍정적인 것이 있는데 그것을 가리고 있어 닦아내자는 말이 된다.
 

수행의 진정한 뜻도 마치 술이 식초가 되듯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어차피 모든 것은 바뀌고, 이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수행이 되게 하는 것, 바뀌게 하는 것이라면 다음 네 가 지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첫째, 무엇을 바꾸는가? 잘못된 것에 대한 집착을 바꾸는 것이다. 잘못된 것은 악(惡)한 것, 삿(邪)된 것, 속(俗)된 것, 미혹(迷惑)한 것이다. 이들에 집착하는 마음이 악심, 사심, 속심, 미혹심이고 이 마음을 바꿔야 한다.
 

둘째, 무엇으로 바뀌는가? 좋은 것에 대한 계합(契合)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좋은 것은 선(善)한 것, 바른 것(正), 참된 것(眞), 밝은 것(覺)이고, 이것들에 계합된 마음이 선심(善心), 정심(正心), 진심(眞心), 깨달음의 마음이고 이 마음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셋째, 어떻게 바뀌는가?  나쁜 것에서 좋은 것으로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몇 단계에 걸쳐서 바뀐다면 바로 악하고 삿되고 속되고 미혹한 단계에서 먼저 선한 단계로 바뀌어야 한다. 그 후 바른 것, 참된 것으로 바뀌고 최종적으로 밝음의 단계 곧 깨달음의 단계로 바뀌어야 한다.
 

넷째, 무엇에 의해 바뀌는가? 이 물음은 실제 그 전환의 동력이 되는 실천법에 대한 것인데, 이 때 종교의 힘과 종교를 통한 수행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수행은 불교의 수행을 중심으로 볼 때, 단순한 닦음이 아니고, 바뀜이고 전환이고 되어짐이다. 범부(凡夫) 속에 성인(聖人)이 있어 닦아내어 성인을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범부 속에 성인은 없다. 단지 범부를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성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마치 알에서 나비가 나오는 것과 같다. 알에서 바로 나비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된다. 알에 적절한 온도와 습도라는 여건을 충족시켜 줘야 하듯 불교도 범부를 선한 자로 깨달은 자로 바뀌게 한다. 이 책 덕분에 수행은 '닦음'의 과정을 바탕에 두고 궁극적으로 '되어짐'을 성취하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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