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결정한 정부의 입장 중 하나는 '불안하면 먹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쇠고기 문제로 한·미 간 통상마찰을 일으켜 한국의 대미수출에 악영향을 초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열어줄 시장은 열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지난 7월 8일부터 모든 음식점에서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원산지 표시제 확대 1개월을 맞은 현재까지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하는 등 위반사례가 전국적으로 15건이 넘었다.
충북에서도 청원군 한 업소에서 국내산 육우와 멕시코산, 호주산, 미국산 등 쇠고기를 사용해 음식을 조리·판매하면서 국내산 한우로 허위표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앞두고 많은 국민들은 정육점에서 판매되는 쇠고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갈비탕과 설렁탕, 불고기 등을 조리·판매하는 과정에서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했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도 모든 음식점들이 철저하게 원산지를 표시하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정부의 의도는 빗나간 것으로 보여진다.
예로부터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나라일수록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먹거리로 '장난'을 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정부가 대대적인 원산지 단속을 예고했어도 국민들이 이를 믿지 못했던 것은 바로 단속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조리음식의 경우 전문가들도 식별하기 힘들다는 데 있었다.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안전성 논쟁은 현실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 국민들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홍보하기 위해 15㎏에 이르는 물량을 집단 주문하는 것보다 철저한 원산지 단속 및 광우병 위험을 해소시키는 일에 주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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