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느닷없는(?) 금리 인상 조치는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한 달 전만 해도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하던 국제 유가가 12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이 확산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게 금통위가 내세운 금리 인상의 변이다.
하지만 최근의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는 수요 팽창 같은 내부 요인이 아니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중국 등 신흥 개도국의 과속 성장이라는 외생 요인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금리 인상이라는 총수요 억제책을 들고나왔으니 잘못된 선택이라는 비난을 받을만하다.
이번 조치로 기준금리는 연 5%에서 5.25%로 올랐다. 지난해 8월 역시 0.25% 포인트를 올린 이후 꼭 1년 만의 금리 인상이다. 인상폭이 큰 것은 아니나 통화 당국이 최근의 시중금리 급등에 정당성을 제공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라도 한다면 고금리 추세를 다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부채 압박이 큰 서민 경제를 더욱 옥죄는 결과를 초래하는 겻은 물론이고 건설업계와 지방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바짝 움츠러든 내수도 더 위축될 게 뻔하다. 금리 동결이 대세인 세계 각국과 굳이 엇박자를 낼 이유를 찾기 어렵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정통 이론은 이제 더 이상 '골든 룰'이 아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석유와 곡물 등의 가격 폭등에 환율 상승이 겹친 데다 중국의 극심한 인플레이션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물가가 치솟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면 중국 경제를 진정시키고 국제 원자재 시세를 떨어뜨려야지 국내 정책수단으로는 한계가 있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은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나 물가에 대한 우려의 표시는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