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충청일보]나쁜 비디오 한 편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고 했다.

호환마마가 가장 무서웠던 시절, 호환은 호랑이에게 물려 가는 것이고 마마는 천연두에 감염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호랑이는 자연계에 그리 많지 않고, 가장 오래됐고 가장 강력한 전염병이라던 마마(천연두)는 백신에 의해 지구상에서 퇴치됐다.

[효과적인 치료제 '백신']
 

마마를 퇴치시킨 백신은 페니실린과 더불어 인류 보건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이기도 하다.

백신은 질병 예방을 위해 약화 또는 불활화 시킨 병원체(항원)를 몸에 접종해 항체를 미리 만들어 주는 약이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치료나 통제할 수 없는 전염병이라면 백신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될 수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혹독하게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 흑사병도 당시에 치료제는 물론 백신이 없었기에 피해가 컸다.

그리고 아직 백신개발이 덜 끝난 사스, 애볼라 바이러스, 니파 바이러스 등은 잠재적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전염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동물의 질병에도 유사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AI와 구제역이다.

AI는 수많은 혈청형이 있어 백신을 만들더라도 모든 유형의 AI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한계이고, 접종 후 무증상 감염되면 더 강력한 바이러스로 변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구제역은 훨씬 낙관적이다.

가축전염병 중에 가장 빠르게 전염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7개 유형별로 각각 백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주로 유행하는 유형을 미리 알고 있어 지역별 발생예측도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의 3종 혼합백신을 의무적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은 3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세계동물보건기구로부터 구제역 청정국으로 승인 받은 날이었다.

'구제역·AI 청정국' 인증의 의의는 FTA를 비롯한 개방화 시대를 맞아 축산물 검역의 주도권을 갖고 수출입을 통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

즉, 구제역·AI 발생국가로 부터 축산물의 수입을 막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북 의성과 고령에서 재발하면서 구제역 청정지위는 잃어버렸고, 그간 축산물을 해외로 수출을 준비하던 모든 일정은 무산되고 말았다.

다행히 구제역은 경북의 2곳에만 발생하고 종식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 발생을 통해 국내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풍명월' 위상 지키자]
 

인류에서 가장 무섭다던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퇴치한 무기는 백신접종이었다.

우리지역에서 구제역 청정화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도 역시 백신접종이다.

그러므로 한 마리도 빠짐없이 예방접종을 철저히 하면 청풍명월 충북의 청정 한우, 청정 한돈의 희망은 늘 'O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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