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을 정도로 국민들은 지친 날을 보내왔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그랬, 일본의 독도침탈 행위와 중국의 무례한 외교관행 등은 국민들을 격앙되게 만들었다. 정치가 안정되지 못했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보다 힘겨운 경제상황은 지속됐으며 경제난에 지친 국민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연일 35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열대야로 쉽게 잠들지 못한 일부 국민들은 병원신세를 져야 했으며 사회 곳곳에서 화풀이 또는 '묻지마 범죄'가 극성을 부렸다. 이토록 재미없고 짜증난 한해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초반 굿 페이스(good face)를 보이고 있는 한국선수단의 낭보는 가뭄의 단비처럼 희망과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첫판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결승전까지 무려 5판이나 '한판승'으로 한국에 첫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유도 60㎏급의 최민호 선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체중조절 실패로 동메달에 그친 최 선수의 투혼은 주말 저녁 tv앞에 모여 앉은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아파트 곳곳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 최 선수의 결승전 한판에서도 재현된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갈증으로 아쉬워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태환 선수의 일요일 아침 자유형 400m 금메달 소식은 국민들에게 환희와 기쁨을 넘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까지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태환은 그동안 한국의 최약 종목으로 평가되던 육상과 수영 등도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의지도 불태워주고 있다.
특히 열아홉살의 국민영웅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을 '중·미 간 1·2위 전쟁'으로 유도하고 있는 중국의 안방에서 미국의 대통령까지 응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선수 모두를 보기좋게 물리쳐 모처럼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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