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최근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국회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항소심판결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내란음모죄 부분을 파기하며 무죄를 선고했고, 내란선동죄 부분은 여전히 유죄로 인정했다.
 

타인을 자극해 내란행위를 결의·촉구한 사실(선동)은 인정되지만, 내란을 목적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음모)가 있었다고 보기는 입증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이유이다.
 

주된 근거는 R.O.라는 조직의 실체를 인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위헌정당해산심판에 위 재판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의 근거는 무엇일까. 우리 헌법은 8조 4항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고 직접 그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정당제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위헌정당해산제도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체득하게 된 '방어적 민주주의'의 이념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방어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하거나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의 체계 그 자체를 말살하려는 민주적·법치국가적 헌법질서의 적으로부터의 자기방어적·자기수호적 민주주의'를 말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가치상대주의에 기초한 다원적 정치과정으로 이해되는데, 이러한 상대주의적 민주주의가 극단화될 경우 전체주의적 세력조차도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집권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민주주의가 민주적 방법에 의해 파괴될 수 있게 된다.
 

독일은 상대주의적 민주주의의 허점을 이용해 집권한 나치스에 대한 역사적 반성 속에서 방어적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본법에 위헌정당해산제와 기본권실효제를 도입했고, 독일의 법체계를 계수한 우리나라도 지난 1960년 6월 15일 3차 개정헌법에서 위헌정당해산제를 도입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정당으로 판단해 해산결정을 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대체정당의 창설이 금지되고, 유상명칭의 사용이 금지된다. 그리고 해산된 정당의 정당재산은 국고에 귀속되고,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경우 그 잔액도 반환해야 한다.
 

소속의원의 자격상실여부에 관해 헌법이나 법률에서 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의견대립이 있으나, 방어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원리를 수호하기 위한 최후적 수단으로서 남용돼서는 아니되고, 헌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소속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실현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으로 오늘날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독일과 같이 다원적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없다.
 

실제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헌법전문에 등장한 것은 유신헌법 때고, 자유민주주의를 반공주의로 등치시킴으로써 정권의 반대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
 

때문에 그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방어적 민주주의에 따른 위헌정당해산은 극히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할 것이다.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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