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에서만 벌써 4명 숨져
물리적 보강보다 교육·홍보 절실

▲ [충청일보 신정훈 기자]지난 14일 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 옛 일산웨딩홀∼시장주유소 편도 3차선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L씨(46)가 관광버스(운전자 K씨·63)에 치여 숨지는 등 이곳에서만 무려 4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연이은 사망사고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사고 차량에서 떨어진 부품이 도로 한켠에 나뒹굴고 있다. 부품 뒤로 파손된 채 방치돼 있는 중앙분리대가 보인다.

[충청일보 신정훈기자]"벌써 4명째입니다. '악령이 깃든 도로'라는 괴소문이 번지고 있어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 옛 일산웨딩홀∼시장주유소 편도 3차선에서 교통사고로 1년 새 벌써 3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죽음의 도로'라는 흉흉한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서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4일 밤 8시쯤 이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L씨(46)가 관광버스(운전자 K씨·63)에 치여 숨졌다. 경찰은 L씨가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설치해 뒀던 중앙분리대의 파손된 곳으로 길을 건너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숨진 L씨가 건너려던 중앙분리대는 지난 8일 오후 7시50분쯤 유턴하는 버스를 피하려던 렌터카가 들이받아 10m 가량이 파손된 상태였다.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중앙분리대는 복구되지 않은 채 단순히 테이프만 감겨 있다.
 

인근 상인 A씨는 "지난 주 교통사고가 꽤 컸는데도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어 안도했는데 딱 일주일이 지나 사망사고가 나니 주민들 사이에서 옛날 사고들이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고 몸서리쳤다.
 

이곳에서는 지난 2012년 2월6일 청주시의회의 한 의원이 무단횡단하던 Q할머니(당시 81·여)를 피하려다 가로수를 들이받아 숨졌으며, 10개월 뒤에는 공교롭게도 Q할머니가 같은 장소에서 무단횡단하다 승용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3개월 뒤인 지난해 1월 동일 장소에서 역시 50대 남성이 승용차에 숨지는 등 1년 새 무단횡단 교통사고로 3명이 숨졌다.
 

같은 도로의 비슷한 구간에서 무려 4명이 교통사고로 변을 당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입에 담지 못할 괴이한 소문이 번지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 K씨(62)는 "이곳이 원래 무단횡단이 많아 밤에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종종 들린다"면서 "청주시에서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중앙분리대를 설치했던 것인데 보수가 바로 됐더라면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복구가 늦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파손됐다는 연락을 전혀 받지 못해 늦어진 것일 뿐 바로 복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 정용일 연구관은 "사고가 잦은 도로는 특별한 문제점은 찾을 수 없는데다가 시설 보강을 한다 해도 가드 펜스,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정도만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설 보강을 해도 개구부(열리는 부분)가 있다면 무단횡단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인 것보다 인문학적 특성을 고려해 현수막 설치 등 교육·홍보 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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