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연애의 기억'의 강예원

[충청일보] 사랑이야기는 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소재라고 단언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천편일률적인 클리셰(상투적 표현)들이 난무한다. 어찌어찌해서 만나고, 위기를 겪다가 다시 만나거나 혹은 헤어지거나….

영원히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스토리. 늘 반복되는 이 사랑이라는 소재가 재미있지만, 가끔 물릴 때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내 연애의 기억'은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신선한 구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는 로맨틱코미디로 가다가 스릴러로 방향을 선회한다. 전반부까지 끌어온 이야기가 맥거핀(속임수)으로 느껴질 정도로 스릴러로의 방향 전환은 빠르며 공격적이다. 그리고 이 급전환을 완충하는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 은진이다.

주변에 한두 명씩은 있는 평범한 이름이지만, 독특한 성격의 여자다. 성격 급한 그녀는 10대 시절부터 연애를 거의 쉼 없이 한 '고수'이지만, 또한 그렇게 많이 하고도 늘 상대에게 당하는 '허당'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해운대' 이후 충무로 코미디에서 주목할 만한 역할을 맡아온 강예원(34)이 은진을 연기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새로웠고, 반전도 좋았어요. 읽으면서 너무 좋아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주변에선 영화의 사이즈가 작아 염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배우로서 이 작품을 하면 창피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강예원은 '내 연애의 기억'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일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다.

사실, '내 연애의 기억'은 그의 필모그래프에서 조금 도드라진 작품이다.

그동안 그는 '해운대'(2009), '하모니'(2009), '헬로우 고스트'(2010), '퀵'(2011), '점쟁이들'(2012), '조선미녀삼총사'(2013) 등의 중대형급 상업영화에 출연했는데, '내 연애의 기억'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언론 시사회 전날 밤 꿈을 꿨는데, 거기서 기자 2명만 달랑 왔어요. 그동안 나름 혼자 마음을 졸였었나 봐요. 다행히 꿈과는 달리 시사회에 많은 분이 오셨고, 반응도 좋아서 기뻤어요."

여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혹은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는 건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대다수 여배우가 캐릭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스타가 되는 것, 스타성이 뛰어난 것, 영화배우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영화를 같이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코미디만 했으니 다른 걸 해야 한다는 강박, 꼭 그런 건 없어요. 변신보다는 이야기, 영화 그 자체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생각 때문일까요? 주변에서 그래요 '여배우 일자리가 없다는 데 너는 어디서 그렇게 주워서 잘하느냐고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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