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얼굴에 순한 눈망울을 가진 배우 천정명(34)은 소년과 청년 사이의 어디쯤 머물러 있는 인상을 준다.

    마지막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했던 KBS 2TV '영광의 재인'(2011) 속 가난하지만 순수함과 자신감이 넘치는 김영광도 그러했다.

    이 때문에 3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인 OCN 드라마 '리셋'에서 진지하고 음울하면서, 차가운 카리스마 아래 아픈 상처를 숨겨둔 검사 역할로 돌아온 천정명의 모습은 꽤 낯설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리셋'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천정명은 "차우진 검사는 제가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과는 전혀 다른 배역이어서 최대한 몰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우진은 설명할 것이 많은 캐릭터다.

    그의 특기는 볼펜을 이용한 최면술로 상대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다. 최면술을 이용해 유독 강력범죄 사건에만 몰두하는 차우진의 마음 한구석에는 첫사랑 승희를 앗아간 'X'를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깔려 있다.

    차우진은 어느날 승희를 빼닮은 여고생 조은비(김소현 분)가 살인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일을 시작으로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과 맞닥뜨린다. 그는 스스로 밀봉했던 끔찍한 옛 기억을 서서히 되살리기 시작한다.'




    연기자로 데뷔한 지 10년을 넘긴 천정명도 스릴러라는 장르물에서 복잡다단한 면모를 가진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천정명은 "처음 '리셋' 대본을 볼 때부터 정말 새로웠다. 쉬는 동안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는데 '리셋'은 한국에서 전혀 볼 수 없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면서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수사와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또다른 천정명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변화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찬 배우는 '리셋' 출연 이야기가 오고간 작년 여름부터 '셜록' 등 외국 드라마나 영화들을 찾아보고 연기수업을 받는 등 오랜 시간 공들여 작품을 준비했다고 했다.

    "전작들은 압박감 없이 즐기면서 신나서 연기했는데 이번 작품은 압박감이 있었어요. 이번 작품에는 저도 욕심이 나서 연기수업을 받으면서 나름대로 공부했어요. 이번에는 그런 도움을 받다보니 뭔가 좀 든든했어요."
    그는 차우진의 특기인 최면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여줄지를 끊임없이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 최면술사 대신 김평중 PD와 계속 상의하면서 최면 영상을 구상했다.

    천정명은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서는 다른 작품들에서 종종 선보인 화려한 액션 연기는 접어둘 예정이다.
    그는 "직업이 검사인데 너무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방해받을 것 같다"면서 "김평중 PD도 액션은 최대한 캐릭터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천정명과 상대인 김소현과의 나이 차는 무려 19살이다.

    "김소현이 조은비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상이 안 갔어요. 남녀 주인공이 19살 차이가 나는데 과연 드라마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막상 호흡을 맞춰보니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한 점이 없었어요. 김소현은 워낙 스펀지 같아서 제가 의견을 제시하면 본인 생각도 잘 전해줘요."
    천정명은 두 주인공의 관계에 대해 영화 '레옹'에 등장하는 레옹과 마틸다 느낌이라면서 '레옹'을 다시 보고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천정명은 실제 본인 인생을 '리셋'한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느냐는 물음에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김소현은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저는 초등학생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서 "저는 대학 체육교육과에 대한 목표만 있었는데 지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부작 일요드라마인 '리셋'은 오는 24일 밤 11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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