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의 여정(旅程)에서 시간과 함께 살아간다. 고로 일체의 삶 자체가 시간과 결합돼 영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時間)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간의 문제는 문명이 발생한 이래 사색(思索) 해온 삶의 주제로써, 철학자나 과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일찍이 성서(聖書)에서는 '시간의 시작과 끝은 아무도 모르며, 영원부터 영원까지'를 시간이라 일컬었다.

불교철학에서는 '일체의 생멸(生滅)변화 상태를 가설적(假說的)으로 상정(上程)'해 이를 시간이라 했다. 즉, '시간이라는 것의 실체가 없음을 전제로, 우주의 변화 과정'을 시간이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철학도 시간을 '인간 정신의 산물 또는 주관적 의식이 만들어 낸 도구'라 생각했다. 한편 물리학에서는 '자연현상이 물리적으로 반복될 때 그 주기'를 시간이라 했다.

이른바 시간의 순환관(循環觀)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계절이 변하거나 지구가 자전(自轉)하면서 하루가 가는 원리를 바로 시간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시대가 발전하면서 이 같은  시간의 의미도 많이 변화됐다. 이를테면 산업혁명을 거친 후, 초기의 자본가들은 시간을 중요시해 객관적이고도 측정 가능한 단위로 시간을 만들었다.

이러한 태도는 시간이 곧 돈과 직결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심리적 측면에서 다루는 '심리적 시간'이 등장 했다는 사실이다. 같은 시간이라도 노년이 되면 젊었을 때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심리적으로 다르게 체감(體感)하기 때문이다. 무릇 시간은 머무름이 없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생명체다.

그런데 시간은 한 번 흘러가면 영원히 다시 돌아오질 않는다. 마치 한번 날아간 화살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말이다.  그러니 시간이 그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번 지나간 시간이 되돌아오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무릇 삶의 시간은 유한하다. 따라서 인간은 유한적(有限的)인 존재다.

돌이켜 보면 인생의 대업(大業)을 이룬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에 대한 철학이 바르게 정립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어진 환경이 제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극기(克己)의 정신으로 슬기롭게 시간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채워간 사람들이다. 모름지기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삶의 질과 운명이 달라 질 수 있다. 포도가 영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듯 인간도 시간에 의해 성숙되고 완성돼 가는 것이다.

/곽의영 前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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