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6일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과 동시에 미국 정부는 의회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그러나 지난 11일로 법률상 해제 시한인 45일이 지났으나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조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 지난 10일 정상회담에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간접발언 등을 통해 예견돼오다 "북한이 강력한 핵검증 체제에 합의할 때까지 미국은 북한에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의 공식브리핑을 통해 최종 확인됐다.
북한은 미국과의 1, 2단계 비핵화를 규정한 2·13 합의와 10·3 합의에 따라 그동안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과 핵프로그램 신고, 냉각탑 폭파 절차로 핵 불능화 및 신고 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강조한 것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다. 다시 말해 합의문에 따라 이렇게까지 성의있는 태도를 보였으니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이다. 미국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에 대해서는 무기수출 금지와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의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 대외원조 금지 등의 불이익 조치를 취해왔다.
따라서 명단에서 삭제된다면 미국의 적성국교역법 적용 중지와 함께 국제금융기구 가입도 자유로워지면서 외자 도입이 가능해지고, 대외교역의 숨통이 트이며 당장 피폐한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북한은 2단계에 이어 3단계 비핵화 절차를 놓고 최대한의 실익을 챙기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북핵 폐기나 포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다시 나서기를 원한다면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를 신중히 생각해야 하며, 합당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미국도 테러지원국 해제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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