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웬 우스갯소리?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유머는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이성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진화돼 왔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은 이성에게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유머 감각이다. 유머 감각은 여유로움, 창의성, 그리고 사회성의 징표이기 때문에 유머가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지난 2009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정치적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 후 이뤄진 백악관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오바마는 다음과 같은 유머를 날렸다. "클린턴 장관과 요즘 아주 친해진 것 같아요. 최근 신종 플루가 유행한 멕시코에 갔다 와서 나를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거든요" 나도 너도 감염됐으면 같이 죽자고 한 행동처럼 보이니 얼마나 사람들이 웃었을까? 덕분에 둘 사이의 긴장 관계를 궁금해 하던 기자들은 더 이상 질문을 안했다고 한다.


 유머가 없는 사람들은 유머를 배우기 위해 TV를 보거나 SNS로 날아오는 친구들의 정성어린 유머 자료를 모은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정체불명의 유머들이 남발하고 또 모두 다 알고 있어서 그걸 열심히 저장했다가 꺼내는 것이 무안해 질 때도 있다.


 하지만 외운 농담은 A급 유머와는 거리가 멀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유머는 상황에 맞는 애드리브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머 뿐 아니라 창의성을 인정받는 행동도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그래서 일본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한 과학자들은 결혼하기 전에 비해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훨씬 더 적게 나온다고 한다. 물론 나이 들어서 창의적인 연구가 안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미혼의 경우에는 나이가 많아도 창의적인 연구를 더 많이 할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30세 이전에 과학에 위대한 공헌을 하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말이 현실적으로는 결혼 유무로 바뀐 것이다. 30세 정도가 결혼 적령기이니까. 그렇다고 결혼하지 말고 평생 유머를 가진 채, 창의적인 연구를 하면서 혼자 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건 정말 힘든 일이다.


 결국 유머나 창의성은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가지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능력이 있을 때 빨리 배우자를 선택해서 안정적이면서도 성실하게 나머지 지루한 인생을 사는 것이 인류가 선택한 최고의 길인 셈이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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