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쇠고기 리콜 사태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한심하다. 혈변과 설사, 탈수 증세 등을 유발하며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0157 대장균 감염 우려로 미국에서는 소동이 벌어져도 우리 정부는 천하태평이다.
지난주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햄버거 포장회사 s&s 푸즈가 동부 버지니아주의 집단 식중독 사건 직후 생육 69t에 대한 리콜에 들어간 데 이어 네브래스카 비프도 분쇄육 540t 리콜을 발표했다. 네브래스카 비프는 지난 6월 말과 7월 초에도 2400t을 리콜 했었다.
미국의 한국 수출 승인작업장 30곳 가운데 하나인 네브래스카 비프가 문제다. 이 회사 제품의 감염 사례는 미국 12개 주와 캐나다 등에서 최소 31건에서 49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네브래스카 비프의 첫 리콜이 발표된 지 보름도 더 지난 7월16일에야 주한 미국대사관에 '0157 검출 작업장 관련 조치'라는 공문을 보내는 늑장을 부렸다.
농식품부는 "우리는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네브래스카 비프에서 분쇄육이 들어오지 않은 만큼 당장 필요한 조치는 없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소비자의 건강에 무관심하기는 미국 정부도 나을 게 없다.
지난 6월26일 고시된 수입위생조건 7조는 "한국 수출 육류작업장에 중대한 위반이 발생한 경우 미국 식품안전검사국은 위반 기록을 발행하고 위반 제품을 즉시 통제한다. 미국 정부는 육류작업장에 대한 중단 조치 및 개선 조치가 취해진 경우 이를 한국 정부에 통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은 우리가 요구하기 전에 미국 스스로 통보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부는 제2의 광우병 사태가 닥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네브래스카 비프의 분쇄육 공정을 즉시 점검하고 국내 수입을 불허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내리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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