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충북의 읍·면에 있는 3개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심지어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루어낸 갚진 성과라 하여 관심을 갖고 찾아오기도 하였다. 그 만큼 농촌지역 고등학교에서 서울의 일류 대학에 진학을 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의55%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74%, 광역시 64%, 중소도시 61%, 읍·면지역 34%로 나타났는데, 이는 농촌지역 고등학생의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소득수준 또한 상대적으로 낮다는 걸 대변한다.

최근 양극화 논란으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난의 대물림'을 해소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은 철저한 '교육의 기회균등'밖에 없다고 한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학업에 대한 열정을 심어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국정과제 중 농촌지역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기숙형 공립고 육성' 사업이 있다.도·농 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농촌지역의 우수학생들을 지역 내 학교에 진학하게 함으로써 농촌 교육의 황폐화와 인구 유출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농촌지역 학생 대입 특별전형 제도' 외에 농촌지역 학생들을 배려하는 맞춤형 교육정책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으로 농촌지역 학생의 교육여건 개선 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매년 청주 인근의 보은·괴산·증평·음성 등 도내 중부권 지역 중학교 졸업생 중 약 36% 정도가 청주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며, 반대로 청주지역의 중학교 졸업생 18% 정도는 외지로 진학하고 있어 이에 따른 학부모들의 부담 또한 만만찮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한창 자라는 성장기에 신체적으로 혹사당하는 학생들이 너무 애처롭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는 농촌지역의 고등학교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문화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환경마저 열악해진다면 농촌지역의 교육, 특히 고등학교의 교육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농촌지역 고등학교 육성은 단순히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 있는 지역발전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더욱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인 애향심은, 자신이 사는 곳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역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거쳐 원하는 대학에 갔을 때 더욱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농촌지역 우수 고등학교의 육성은 교육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사회 및 자치단체의 깊은 관심과 재정지원이 있어야 한다. 자치단체는 이농현상에 따른 인구감소를 걱정하기에 앞서 우수학생을 위한 장학제도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기숙사비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내 고장 학교 보내기'를 적극 펼쳐야 한다.

교육을 교육의 논리로만 풀어야 한다는 사고는 지방자치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 이장길 충북도교육청 기획관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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