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웅 수필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뜻깊은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충북수필문학회의 올해 사업 중 하나로 강원도에 있는 김유정 문학촌과 박경리 문학공원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회원들에게 더욱 알차고 품격 있는 행사가 되도록 지난 7월 16일 임원의 한 사람으로 답사를 다녀올 때도 많은 체험을 했지만, 당일에는 더욱 뜻깊은 하루였다. 날씨도 어느새 전형적인 가을하늘로 물들어가고, 길가의 코스모스도 한들거리며 문학 기행을 축하해줬다. 그동안 지루할 정도로 비오는 날이 많았는데.
 

청주체육관 부근에서 출발해 오창나들목으로 진입해 중부 고속국도를 달려 김유정 문학촌이 있는 춘천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도 회원들의 관심과 열기로 여느 여행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회원 외에도 함께 온 분들이 있어 자기소개도 하고, 회원 근황,목성균 수필가의 문학세계와 고향답사기 등에 귀를 기울이며 폭넓은 문학세계와 안목을 키웠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말처럼 답사할 때는 도로가 막히지 않았는데, 고속국도 사정이 좋지 않았다.
 

해설사 안내를 받기로 하였지만 12시를 훨씬 넘기다보니 연락을 하고 식사를 먼저 해야 했다. 예약한 식당은 김유정의 작품 속의 등장인물인 점순이를 따서 점순네닭갈비였는데, 하필이면 그 집에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다른 식당을 이용하게 됐다. 문학촌 직원의 추천으로 예약한 곳이라 기대가 컸는데 좀 안타까웠다. 서둘러 점심식사를 하고 문학촌으로 갔다. 금병산 자락 아래 작지만 아담하게 자리잡은 문학촌이다.
 

아쉽게도 생가 관람은 이엉 작업으로 제한돼 밖에서만 볼 수 있었다. 원두막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여기저기 관람을 하자니 김유정의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 나오는 묘사 그대로였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하여 실레라 부른다고 한다.
 

'봄봄', '동백꽃', '따라지' 등 대부분 작품이 농촌을 무대로 하는데, 토속적 인간상을 해학과 익살스러운 필치로 서술한 것이 읽을 때마다 감명적이다. 이 지역 출신의 저명 문인인 김유정을 기념하기 위해 신남역을 김유정역으로 역명을 변경했다.

우리나라에서 인물 이름을 철도역 이름으로 삼은 첫 번째 사례다. 또한 김유정우체국, 도로명주소 등은 이 고장 사람들이 얼마나 김유정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기리는 가를 알 수 있었다. 우리 고장에도 이런 문학관과 고장의 인물을 기리는 시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럽기도 했다.
 

29년이란 힘겹고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많은 걸작을 남긴 김유정을 생각하며 원주에 있는 박경리 문학공원을 거쳐 청주로 돌아왔다.
 

오는 길도 많이 막혀 예정 시각을 훌쩍 넘겼지만, 보람 있고 뜻깊은 문학 기행이었다. 작가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예지를 기르는 이런 기회를 많이 가져보겠다.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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