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훈 충북대 교수

'우리만의 향기와 색이 있는 건축물과 도시만들기'라는 주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지만 막상 만드는 방법은 물론 축조된 결과물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차는 다르게 마련이다.
 

일각에서 도시의 향기와 색은 독창적인 과정을 거쳐 특이한 형태의 건축물이나 도시의 모습을 일컫기도 하고 혹자는 도시에 흐르는 전반적인 건축과 공간이 서로 형태적 유사성을 가지면서 통일성을 가진 경우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도시건축이 가지는 기능적 성격 외에 상징적 측면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건축사조(建築思潮)로 본다면 공간성을 중심으로 현대 도시건축의 연장선상에서 미래지향적 '창조'라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는 부류와, 이와 반대로 모더니즘의 만연으로 야기된 도시조직의 파괴와 건축의 획일성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 과거지향적 '전통'에 초점을 맞추는 복고주의로 나뉜다.
 

공통점으로는 모두  '현재'에 초점을 맞춰 공간적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근본적인 차이점은 '역사'에 대한 다른 자세다. 그렇다면 역사와 건축의 관계는 어떠했던가? 사실 인류의 역사는 건축과 도시의 역사다.
 

자연에 대한 방어목적으로 움막을 짓기 시작해 오늘날의 도시건축적 사고로 발전하기까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줄곧 선조나 조상의 지혜를 바탕으로 이를 변화시켜왔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공간구성원칙은 종교의식과도 연관 있지만 우선 법률적으로 따르도록 명시돼 있다.
 

그 이유는 건축술이란 앞선 사람들의 기술전수에 대한 사회적 보편성이 있었고 그런 공간속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친근함이 우리 인간의 존재적 가치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의 경우 재질과 기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관습적 변형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건축물 설계에 있어서 역사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었다.
 

이런 역사성은 일반적으로 크게 4단계로 진행돼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재생적 단계는 전통건축으로의 회귀를 선호하는 상태로 그 어떤 새로운 형태보다도 원래의 건축언어 재생에 초점을 맞추며 가장 보수적 사고와 방법으로 접근한다.
 

다음은 고전적 단계로 전통성과 역사성을 추구하면서 현재의 변화에 대한 건축언어적 수정이 수반된다. 특히 하나의 건축양식이나 공간구성을 모델로 해 이를 지역적 혹은 기능적 상태에 따라 변화를 주며, 전통적 이미지는 그대로 간직한다.
 

다음 절충적 단계는 역사에 대한 관점이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여기서는 단수의 건축양식이 아닌 복수의 양식으로 나타나며 각 양식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거나 조합해 새로운 건축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마지막은 은유적 단계로 역사성에 대한 형태적 표현보다는 관념적 혹은 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해석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듯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대의 건축은 역사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인간이 역사적 연장선상과 관습 속에서 변해 가는 근본적인 속성을 이해한 탓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속에서 지어진 건축물이야말로 인간을 담을 가치가 있는 용기(容器)인 것이다.

/황재훈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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