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욱교수

늘그막에 아들 하나 얻고자 밤잠 안자고 쌍코피 흘려가며 노력해도 아이가 안 섰다.

부득불 과학의 힘을 빌려 어렵사리 아들 하나를 얻었다.

재미있는 건 이 아들을 얻을 때 의사선생님이 '이제 아이 못 낳게 손 좀 볼까요?'묻기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아이 안 생겨서 이 짓까지 한 사람이니 필요없다고 하였다.

그 후 어느 날 집사람이 이상하다고 해 병원을 찾은 우리는 의사와 동문서답을 주고받는다. 의사선생님이 임신이라고 심각하게 말씀하신다. 우리가 놀라 '임신이요?' 라고 재차 물으니 그러기에 지난번에 손보자고 하지 않았느냐 하면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는 아이가자연적으로 들어선 것이 놀랍고 좋아 물어본 것인데 이를 모르는 의사는 아이를 없애는 악역을 해야 한다고 미리 짐작했을 테니 그 기분 알고도 남는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늘그막에 아들 둘을 더 낳아 집안을 콩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내 큰 조카 아들이 대학생인데 6살짜리 내 막내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니 이상한 집안이 되었고 또 그런 요지경 집안을 만든 내가 자랑스럽다.

어느 날은 큰 아들 이름을 불렀는데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지 두 아이 모두 응답하기에 이를 확실히 구분해 주고자 큰 아들은 '양식', 작은 아들은 '자연산'이라 불러 주었다.

큰 아들은 시험관 아이라 양식이고 막내는 자연스럽게 만든 아이라 이리 부른 건데 집사람은 이런 호칭을 참 싫어한다. 있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말 하는 것인데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희안하다. 역시 양식은 출생지가 시험관이어서 그런지 뭘 만들기를 좋아한다. 매일 뭘 만들고 만진다. 게다가 날마다 날짜 계산해서 주사 맞아 그런지 숫자에 참 밝다.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도무지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에 비해 막내는 집사람하고 밤에 밀어를 주고받으며 만들어 그런지 참 말을 잘 한다. 아부도 잘 떠는데 매일 지구를 지킨다고 파워레인저 옷을 입고 설친다.

게다가 요즘은 칼에 재미 들여 매일 장난감 칼 가지고 애비 죽이는 장난을 한다. 내 목에 칼을 들이대는데 등골이 오싹하다. 역시 자연산답게 힘도 좋고 밤마다 얼마나 야무지게 칼을 잘 들이대는지 날마다 내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

참으로 희안하다. 아무리 장난감 칼 이지만 다른 집 자식이 내 목에 칼 들이 대면 뭐라고 야단칠 것 같은데 내 자식에게는 화가 안나니 부자지간이란 것이 참으로 좋고도 좋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 뿐 아니라 나라 일도 국민들이 현 정부의 목에 날마다 칼을 들이대는 것 같다.

여러가지로 맘에 안 드는 것을 굴비 셋트처럼 묶어 칼을 들이대는 것인데 정부에서는 이를 그냥 못봐주고 엄청난 사람들을 사법처리하고자 한다. 국민들은 남의 아버지에게는 칼을 안 들이댄다.

자기 아버지라 칼을 들이대는 것인데 그걸 남 자식 대하듯 하니 지켜보는 내 마음이 씁쓸하다. 그저 품어 안으면 되는데 힘으로 야단치고 벌주고자 하니 자식들 불만만 더 커져간다.

아이들 칼에 목 안 날아간다. 좀 더 사랑을 가지고 품어 안아주는 것이 천륜이며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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