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시인]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품고, 조석으로 삽상한 바람이 가을을 여물리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서둘러 추석이 찾아왔다.
 설익은 추석에 보름달은 외려 더 크고 밝았다.
 이는 보름달 중에서도 지구를 도는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흔히 슈퍼문이라 한다. 유난히 밝은 달을 보고  여기저기서 왁자글한데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밝음이 크고 진하면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또한 그만한 크기로 엎드려 있음도 함께 봐야 할 것이다.
 망개나무 열매를 씹은 것처럼 탑탑함이 입 안 가득 도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인가.
 아이가 명절 차례를 지내자마자 저 혼자의 공간으로 떠났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공통된 앓이가 이제부터 시작되는가 보다.
 취업을 위한 공부를 좀 더 한다기에 얼마 전에 학원 근처에 원룸을 하나 얻어 줬다.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학생으로 기입하던 란에 갑자기 소속을 쓸 수 없게 됐음을 깨닫는다.
 학교를 졸업을 했으니 학생도 아니요 당연히 사회인으로 홀로서기를 못했으니 정상적인 사회인 축에도 못 든다. 나는 이 사실에 적잖이 당황을 했다.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또 다른 두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을는지 모른다.
 그래서 'NG족'이란 용어가 생겨났을까? NG족은 No와 Graduation(졸업)의 합성어다.
 즉 졸업유예생들을 말한다.
 졸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음에도 졸업을 하지 못하고 학교에 다리를 걸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청년백수'나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에 속하는 것보다 학생이라는 신분에 묶어두려는 그 심정을 헤아려 보면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졸업을 유예하는 이유로는 스펙을 쌓기 위한 것, 기업체에서 졸업예정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등 다양하지만 당당하게 졸업을 하고 교문을 나서야 할 젊은이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고립감일 것이다.
 고교시절 빨리 성인이 되고 싶어 학교 파하기가 무섭게 교복 벗어던지고 언니 화장품 몰래 퍼 바르고 성인인척 행세하려던 것은 오히려 추억속의 낭만이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학업을 모두 마친 20대 중반을 넘어선 성인이 사회에 발을 제대로 못 디디고 다시 고3의 형태로 되돌아가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2014년도 이러한 대한민국 취업준비생은 98만 명으로 집계됐다.
 취업포털 인쿠루트 조사에 의하면 취업 준비생들의 96%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대개 그들은 정말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또는 잘할 수 있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한 일자리를 찾기 보다는 직업을 위한 직업을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졸업유예생들의 숫자 또한 지난 2011년 8270명에서 2013년 1만 4975명으로 무려 81%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딱한 현실이 바로 우리 젊은이들의 현 주소다. 온 가족이 모여 가족애를 나누고 행복해야 할 추석 명절에 그들을 홀로이게 하는 가장 큰 요건이 취업문제다. 취업이 안 된 상태에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할 일.
 추석인들 어찌 보름달 같은 아기의 환한 얼굴을 어찌 기대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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