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충청논단
"거기서까지 그래야 하는가?"
최정묵  |  webmaster@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9.21  19:23:3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얼마 전 주일 오후에 무심천을 걸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한참을 걷다 다리 밑 그늘에서 쉬고 싶었다. 이미 한 무리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무리의 중앙에는 고기 굽는 불판이 놓여 있었다. 그 주변에 늘어선 소주병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크게 만들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얼굴 찌푸리며 수군거렸다. "여기에서 그러고 싶을까?"하고.


좀 더 멀리 길을 나섰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기계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귀속에 들려오는 요란한 음악소리는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막아버렸다. 또한 길 가에 앉아 떼 지어 부르는 노래 소리는 이미 노래가 아닌 소음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여기서 까지 그래야 하는가?"하는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떠나왔는데 눈에 보이는 꼴사나운 것들을 견디어내야 했다. 산나물채취를 금지한다는 경고판 뒤에서 버젓이 산나물을 채취하는 모습, 취사가 금지된 구역에서 고기 구워놓고 소주잔을 부딪치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심지어는 판을 펴고 화투 놀이까지 하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그들은 "여기서 까지 그래야 하는가?"하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던 것을 그치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가 위를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는 내 팔뚝보다 더 굵은 큰 나무 막대기가 밤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누군가 밤을 따기 위해 던진 것으로 보였다. 지나는 사람들이 머리 위를 보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모습에 직접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만 찌푸렸다. 누군가 그 길을 걸을 때 얼굴 찌푸리지 않도록 지면을 빌어서라도 말하고 싶다. "거기서 꼭 그래야만 했는가?"하고.

즘 나들이하기에 참 좋은 때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인상 찌푸리고 돌아올 때가 많다. 쉬면서 자연 속에서 힘을 얻고자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피곤함뿐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간다. 그러기에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고,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을 잊을까봐, 또한 해야 할 일을 잊을까봐 친절하게 표지판을 세워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 가을에는 자연 속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자연을 찾는 모든 이가 풍성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최정묵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최정묵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