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조병호씨, 5명에 장기기증

[천안=충청일보 박상수기자]뇌사상태에 빠진 27세의 청년이  장기가 필요한 5명에게 이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12일 오전 명절 연휴를 마치고 회사에 출근하려던 조병호씨(천안시·27·사진)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서 갑자기 어지러움과 두통, 저림 증상 등을 호소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함께 집에 있던 여동생이 바로 119에 신고를 하고 인근 천안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조씨는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자발성 뇌내 출혈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급하게 뇌의 뇌혈류 증가를 위해 두개골 절제수술에 들어갔으나 끝내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평소 건강하게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던 조씨는 회사에서 건강검진도 꼬박꼬박 받아 아무 의심 없이 생활했는데도 자신이 모야모야병인줄도 모르고 있다가 뇌사상태에 빠지게 됐다.
 

조씨의 부모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할 의사를 밝혔으며 5명에게 장기를 이식해주게 됐다.
 

조씨의 심장, 간장, 폐, 신장 2 개 등 5개의 장기는 지난 19일 적출수술을 마치고 계명대 동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으로 장기를 이송해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이식됐고, 그동안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5명에게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증자 아버지 조 모씨(55)는 "촉망받는 IT회사의 연구원이던 아들을 이대로 헛되이 보낼 수는 없고,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며  어렵게 장기기증의 배경을 말했다.
 

이어 "장기기증을 망설이는 아내까지 설득해 이를 결심했고, 아들이 허무하게 가는 걸 원치 않았다"며 "평소 신념처럼 생명 나눔이라는 좋은 일을 하고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을 통해 아들이 같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모야모야병이란?
 모야모야병은 선천적으로 뇌혈관이 꽈리모양으로 생겨 일반인보다 많은 뇌졸중이나 뇌출혈 위험을 내재하고 있는 상태를 보인다.
 평상 시 건강할 때는 이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자신이 모야모야 병 인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으나 일단 발병하면 뇌에 관련된 병 자체가 후유증을 많이 남기므로 조기 발견이 중요한 병이다.일본, 한국, 중국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 병으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10%에 달한다.  성인에게는 뇌출혈로 나타나며 두통, 의식장애등이 생길 수 있다.
 라면이나 국 같은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또는 악기를 불 때, 심하게 울 때 혈액 내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뇌혈류가 감소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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