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하여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형사 판결이 선고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국가정보원법 위반의 점(정치관여금지)은 유죄이지만,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음에도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공무원의 선거관여금지)은 무죄가 선고되었기 때문이다.
 

댓글을 달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치관여를 한 것은 맞지만 이를 선거관여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인데, 관념적으로 정치관여와 선거관여의 구별은 가능하겠으나 댓글의 시기를 고려할 때 사실상 구별이 쉽지 않은 두 가지 혐의에 대하여 법원이 달리 판단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촌평을 내놓았다.
 

민감한 정치 사안에 관련된 판결에 대해서는 늘 상 있는 일이었기에 뭐 특별한 것은 없는 반응이었으나, 특이했던 것은 현직 법관이 내부전산망을 통해 판결문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게재하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헌법에서 보장한 법관의 독립에 대한 침해라고 보아야 할지, 정당한 범위의 비판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헌법 제103조에서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하여 법관이 재판에 관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자신이 양심에 따를 뿐, 소송당사자는 물론 다른 어떠한 국가기관이나 여러 사회세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재판상 독립' 내지는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인정된다고 해서 재판에 대한 비판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법관의 법해석 또는 사실인정에 적용된 법칙의 적정 여부를 대상으로 한 비판이나, 학리적 비판 또는 사법민주화를 위한 비판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나, 법관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는 사실인정이나 유·무죄의 판단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비판이나 선정적인 비난은 법관의 독립을 해치는 것으로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오늘날 정치적·사회적 단체나 언론매체로부터의 비판이나 압력 때문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사실상 위협받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공정하고 정당한 재판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법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법관의 재판상 독립에는 헌법과 법률 및 법관으로서의 객관적인 직업적 양심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법관 개개인이 공정하고, 타당한 판결을 내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 지속될 때 바닥까지 떨어진 일반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회복이 될 것이라고 본다.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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