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희 충북대 교수

최근 국회가 150일째 하는 일 없이 놀고 먹기만 한다는 비아냥 거림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고 세상 관심사 밖으로 밀려나 있다.
 

특정의 쟁점에 대해 논란에 휩싸이거나 일을 열심히 하려는 것도 아닌 듯한데 잊고 앞으로도 잊고 싶기만한 5개월은 한국 헌정사상 치욕의 기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식물국회의 의원들이 추석 보너스를 포함해 받아간 돈은 1인당 5000만원씩으로 거액이고 세비반납운동에다 차기국회에는 이번 국회의원들에 대해 모조리 낙천낙선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세간의 여론이다.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보다는 일개 국회의원의 국민경시태도나 약속파기를 식은죽 먹듯이 하는 요즘의 작태에 대해 국민으로서 창피스럽고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법 제정의 기본책무을 소홀히 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법제정의 기본이외에도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예산편성과 결산업무다. 현재 법으로는 국가회계처리기준에 의해 5월말까지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결산자료를 8월말까지 의결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아는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는 듯하고 언론도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우리들이 모여 사는 동네 모임에서도 총무가 1년 동안 사용한 결산에 대해 심사검토하고 난 후 내년 예산안을 결정해 주는 것이 관례이자 기본순서라고 초등학생들도 다 알고 있고 반드시 지키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결산통과를 무시하고 있는 와중에 정부는 2015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는데 내년도 예산규모를 20조원을 늘린 376조원으로 편성돼 있다.
 

예산의 증가폭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데 분야별로는 복지예산이 116조원으로 30%이상의 비중이고 연구개발 산업지원 SOC 확충 등 경제분야에 77조원이며, 교육 53조원, 국방 37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고 일자리 창출 등 확장 재정으로 민간투자활성화를 유도하고 일부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경기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판단된다.
 

경기침체로 기업의 수익과 가계소득이 줄어 들어 조세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이지만 재정지출을 늘려 내수를 살리고, 소득과 세수가 증가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재정적자가 34조원이나 되고 국가채무가 570조원으로 늘게 돼 국가부채 비율이 예산대비 36%로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내년도 예산은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확대와 지방재정의 자율성확대 및 건전화 방향으로 예산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편성됐는지, 예산집행의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계수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악법이라는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11월말까지 심사완료되지 않더라도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되므로 국가재정의 건전화와 경기회복, 그리고  실질 복지구현을 위한 예산안을 제대로 꼼꼼히 처리해 국회의원의 기본책무를 완수해야 한다. 이것 만이 5개월 간 무노동으로 받은 세비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장희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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