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남자 옵티미스트급에서 이번 대회 최연소 금메달

▲ 물살 가르며 질주하는 박성빈

[충청일보] 14살에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소년의 얼굴은 선글라스 자국을 따라 새까맣게 타 있었다.

박성빈(14·대천서중)이 '사고'를 쳤다. 박성빈은 30일 인천 왕산요트경기장에서 끝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옵티미스트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만 15세 미만의 선수들이 작고 가벼운 배를 타고 실력을 겨루는 옵티미스트급은 각국 요트계의 최고 유망주들이 출전하는 종목이다.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다 보니 이 종목 우승자는 대체로 대회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영광을 함께 안게 된다. 

2000년 10월10일 태어난 박성빈 또한 지금까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배출된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를 기록하게 됐다.

다만 한국 메달리스트 가운데 역대 아시안게임 최연소 여부는 대한체육회에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박성빈의 첫 국제대회 우승이기도 하다.

충남 보령 청파초등학교 4학년 때 요트 지도자로 일하던 아버지의 권유에 처음 돛을 잡았고, 이듬해 국가대표에 발탁되더니 3년이 지나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박성빈은 이날 왕산요트경기장 계류장으로 요트를 끌고 올라오며 "오늘 초속 5m 정도로, 제가 딱 좋아하는 바람이 불어서 우승을 직감했다"고 활짝 웃었다.

▲ '내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어린 나이에 바다의 품에 안겨 금빛 물살을 가르고 환호를 받으며 보무당당하게 육지를 밟는 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니 한은희씨는 "애가 어릴 때부터 축구도 잘하고 운동신경이 좋았다"며 "애 아빠가 시켜보자고 했는데 저는 처음엔 반대했다"고 떠올렸다. 

아들이 운동보다는 공부를 했으면 하는 어머니의 마음에 내키지 않았던 한씨. 그러나 아들은 곧 바다와 요트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한씨는 "한번 시켜나 보려는 생각이었는데 처음에는 무서워했다. 배를 한 번도 안 타봤던 데다가 처음 타본 게 한겨울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고 웃으면서 "나중엔 좋아하더라. 이후로는 1년 만에 국가대표가 되는 등 탄탄대로로 왔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선수로 쭉쭉 성장하는 아들은 어머니에게 기쁨이자 아픔이었다.

한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건 거의 흡입하다시피 할 정도로 먹는 아이인데 체중 조절 때문에 막판에는 먹을 걸 제대로 못 먹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간 대표팀에 있어서 밥상 한번 제대로 못 차려줬다"며 "성빈이가 김치찌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빨리 데려가서 김치찌개 듬뿍 끓여서 먹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성빈 역시 영광의 순간에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박성빈은 "마지막에 들어올 때 엄마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며 "대표팀 훈련 때문에 거의 1년 정도 제대로 뵙지를 못했다"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특유의 집중력과 언제든 지기 싫어하는 마음으로 요트 시작 5년 만에 아시아에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바다와 바람을 말하던 박성빈은 이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친구들하고 마음껏 놀아야죠"라는 천진난만한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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