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준교수

며칠 전 동네에 미국쇠고기 전문점이 생겼다. 지나갈 때 마다 유심히 들여다본다.어쩌다 손님 한 두 명 드나드는 것을 보게 될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쇠고기는 촛불을 들었던 많은 국민의 노력으로 비교적 안전한 조건에 맞추어 수입된 것임을 꼭 알아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30개월령 안전망은 계속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자주 사먹게 될 때 사라진다는 점도…."
지금 팔리는 쇠고기는 시장 확대를 위한 판매촉진용이다.
매출확대는 한국인들이 더 이상 미국 쇠고기를 불신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된다. 추가협상의 안전조건은 한국인들의 불안을 전제로 한 것이고, 가축법이 개정되더라도 현재의 국회 구성으로는 30개월령 제한을 지키기 어렵다. 매년 3500만 마리의 소를 도축하는 미국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20개월 미만의 송아지를 공급하려면 충분한 수의 새끼를 낳을 어미소가 필요하다. 30개월령 제한이 무너졌을 때 한국은 70개월령 이상 소의 대량 소비처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수혈을 통한 인간대 인간 전염으로 발병한 vcjd 증례가 한건 추가돼 4건(3명은 이미 사망)이 되었다. 어떤 vcjd 환자가 발병하기 9년 전에 헌혈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프리온 질환은 잠복기가 10~50년으로 너무나 길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본인도 모르게 수평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영국에는 1만 명 이상이 광우병 보균 상태라고 추정한다. 이렇듯 한번 휩쓸고 간 광우병의 비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 미국 식약청(fda)은 인간형 광우병 원인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특정시기에 영국이나 프랑스에 3개월 이상 살았거나 다른 유럽국가에서 5년 이상 거주한 남성의 인공수정용 정자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혈과 달리 인공수정을 통한 프리온 감염은 과학적 근거가 대단히 희박한데도 이런 결정을 내리고서 왜 자국의 쇠고기 이력표시제나 광우병 검사확대, 동물성사료금지 조치는 취하지 않는 걸까. 미국의 축산 재벌이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정치자금의 힘이 아닐까.
얼마 전 캐나다에서는 광우병 소가 또 발견되었다. 캐나다 송아지를 많이 수입하는 미국에서는 들여와서 100일만 키우면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마블링 좋은 미국 쇠고기에 대한 매니아가 있다고 한다. 검붉은 근육 사이로 촘촘히 박힌 하얀색 지방의 고소한 맛은 유혹적이다. 국산 또는 호주산 쇠고기에 비해서 값도 싸니 돈 없는 사람이 먹을 수 있어서 좋은 일이란다.
하지만 좁은 곳에 갇혀서 풀보다 동물성 사료가 배합된 곡물을 주로 먹던 소의 근육에 박힌 그 환상적인 마블링에는 오히려 오메가3 같은 유익한 지방산이 적어서 영양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금 대부분의 우리 가정은 육식과 영양이 지나쳐서 문제이지 값싼 쇠고기가 더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미국식 공장형 마블링 쇠고기 애호가라면 사먹더라도 가끔씩 촛불을 들어주기 바란다. 그래야 상당히 덜 위험한 30개월령 제한을 유지할 수 있고 광우병 뿐 아니라 축적된 유해물질과 o157 같은 치명적인 병균으로부터 어린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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