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

오늘은 노인의 날이라고 한다. 그동안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무심히 지나쳤던 단어들이 올해는 새삼스레 눈에 들어오며 초조하게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6·25전쟁 후 지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일컬어지는 정유생(丁酉生)인 필자도 이제 내년이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공무원들의 정년은 이미 60세로 개정·시행돼 왔으나, 기타 일반기업체들은 지난 4월 30일 19대국회본회의에서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면서 근로인원수에 따른 연차적인 시행으로 인해 필자가 속해있는 협회도 아직은 만 58세로 정년을 규정하고 있는 소위 말하는 낀 세대에 속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나 또래들이 벌써 많이 정년퇴직을 해 나름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에는 출생아들의 생존율이 적고, 시골은 행정력이 못 미치다 보니 두세 살까지 살아남으면 마을이장이 한꺼번에 출생신고를 해 실제보다 나이가 두세 살 적은 경우가 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부모님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나보다라고 농을 하지만 내심 부러워하곤 한다.
 

정년퇴직이란 '직장에서 직원이 퇴직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반면에 그 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안식을 취하라는 위로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활동을 한 지난 30년보다 정년퇴임 후 맞아야 할 시간이 더 길기에, 제2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건 비록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러저러한 생각으로 고민을 하던 차, 필자가 근무하는 협회에서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듣고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촉탁직의 연장근무를 배려해줬다. 이번 기회를 통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며칠 전, 인도에서는 영국 식민지서 태어난 1세대 과학자들이 美 실리콘벨리의 좋은 조건을 뒤로한 채 월급 160만원을 받으며 애국심으로 우주개발에 정진해 미국·유럽연합·러시아에 이어 세계 4번째로 화성궤도에 탐사선을 진입시키는 쾌거를 이뤘다는 기사를 접하고, 열심히 달려왔다지만 우리 베이비부머들은 무엇을 했나하는 탄식을 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돼 현재는 세납자 10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지만 2030년이 되면 4명이 한명씩을 부양해야 한다고 하니, 우리 베이비붐 세대 720만 명들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국가에 부담만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움츠린 어깨에 고개마저 절로 숙여진다. 유난히도 일찍 찾아온 싸늘한 가을바람이 시린 가슴을 휑하니 적신다.

/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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