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일 안산 세월호 유족 가족대책위 사무실을 방문하고 나서 밖으로 나오고 있다.

[충청일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이다. 

'세월호 특별법 수습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한 뒤 그 결과에 관련없이 사퇴한다' 며 지난 17일 탈당 파동을 수습하며 당무에 복귀한 만큼, 지난달 30일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로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이어서다. 

전날 협상 타결 전까지만 해도 당내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는 기정사실화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박 원내대표도 "원내대표직을 던진다"는 메시지를 담은 쪽지를 준비해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불완전하나마 2차 합의안이었던 '8·19안'에 더해 특검 후보 추천권 부분에서 추가 성과를 얻으면서 1일 당내에서는 '사정변경'이 생긴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심 단계 전"이라면서도 "세월호법 협상 타결에 따른 후속조치 등까지 마무리하는 방안도 고민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이날 안산행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박 원내대표는 오후 비공개로 단원고 학생 유가족을 만나 달래기에 나섰다.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힘이 닿는데까지 (유가족을) 지켜드려야 하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이 닿는데까지는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면담 전 안산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가장 슬픈 법이 너무 슬프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아직 이렇게밖에 힘이 되지 못해서…"라며 "흔들리는 조각배에서 활을 들고 서서 법을 만드는 그런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힘 닿는데까지 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사진은 방명록 .

이날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박 원내대표는 2일 오후에는 일반인 유가족들과 면담을 가질 계획이다. 

협상 카운터파트인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전날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 및 중진들과 만나 박 원내대표의 '유임'을 요청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10월말까지 세월호특별법 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을 처리하기로 한 만큼 원만한 타결을 위해 그동안 해온 사람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맞지 않겠는가"라며 "박 원내대표가 고생도 했고 내용을 잘 알고 있으니 같이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서는 그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3일부터 연휴가 시작되고 내주부터는 정기국회 일정이 시작되는 만큼, 2일까지는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당내 대체적 의견이다.

당 일부에선 유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온 그룹에서는 여전히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강경파는 "그냥 어물쩍 뭉개면서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어린 시선마저 보내고 있다.

박 원내대표에 우호적인 일부 인사들도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라도 빨리 털고 박수 받고 떠나는 게 맞다"고 '명예로운 퇴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차기 당권도전설을 점치기도 한다. 

특히 강경파 일각에선 적정한 시점에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박 원내대표로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