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의 주범은 낙후된 유통구조임이 드러났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2개 주요 농축산물의 유통경로를 추적한 결과 소비자가 낸 돈 가운데 44.1%만 농축산가에 돌아갔고 나머지 55.9%는 유통비용이었다.

배추,무 등 엽근채류의 유통비용이 평균 70.0%로 가장 높고 고추,마늘,양파 등 양념채소류(61.6%) 장미,국화 등 화훼류(57.7%) 등이었다. 물건값의 40∼50%가 유통과정에서 사라지는 게 보통이고 심하면 60∼70%에 이르는 게 농축산물이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물가 비싸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농가는 "생산비 건지기도 힘들다"며 비명을 지르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쇠고기를 먹고 서울이 물가가 제일 비싼 도시 가운데 늘 최상위권에 드는 것도 그래서다. 결국 핵심은 소수의 유통업자들 배만 불리고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낙후된 유통구조다.

우리는 매점매석이나 담합 등의 불공정 거래로 사리사욕만 차리는 모리배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함께 유통구조 혁신이 병행되지 않는 물가 관리는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농식품부가 뒤늦게나마 현장 실사를 통한 유통구조 분석과 직거래 활성화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정부가유통업계에 인위적으로 손 댈 방법이 마땅치 않은 터에 중간 유통단계를 과감히 생략하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면 농축산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윈-윈' 해법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농식품부는 서울 등 대도시의 공영주차장, 관공서, 농협지점 등을 활용해 1주일에 적어도 2∼3일씩 직거래장터를 열어 농축산물을 시중보다 10∼40% 싼 값에 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추석을 앞두고 전국 2300곳에 열기로 한 '우리 농축수산물 큰장터'를 연중 상시화하고 규모도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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