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속등하는 환율을 쳐다만 보는 외환 당국이 한심하다. 한때 환율 오름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며 당국의 과감한 대응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외환보유고를 200억 달러나 까먹고 아무 효험이 없는 낙제점으로 판명났다.

달러화 강세가 대세라지만 최근의 원화 환율 상승속도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지난달 말 1,012.20원에서 26일 1089.40원으로 77.20원(7.63%)이 올랐다.

문제는 외환시장 사정이 적어도 당분간은 호전될 조짐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고 미국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여파로 외국인은 국내 투자자금 빼내기에 바쁘다. 외환 당국은 요즈음 외환시장 개입에 소극적이다.

지나치게 잦은 구두 개입으로 비판을 자초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시장 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무리한 개입에 나섰다가 투기세력의 역공을 불러일으켜 9월 위기설이 현실화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라는 위기의식의 발로인지, 아니면 최근 원유 가격의 하락세 반전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 덕분에 물가는 한숨 돌리게 됐다는 상황판단 때문인지, 속셈은 알 길이 없지만 무모하게 나서지 않는 건 잘하는 일이다.
당국이 개입하면 투기가 붙고 쏠림 현상이 심화할 뿐이라는 것쯤은 그 동안 충분히 경험했다.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로돌아섰다지만 아직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물가고로 서민들의 등골이 휘는 터에 혹시라도 성장에 대한 미련으로 고(高)환율을 방치한다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지나친 쏠림 현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미세 조정에 나서거나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은행과의 외화스왑 거래를 통해 외환시장에 숨통을 터주는 등의 정책 대응이 바람직한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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