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사현장을 순회하다 보면 여러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어느 현장은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에서 공사를 추진하는가하면 자재와 공구가 뒤섞여 정리되지 않은 채 공사를 하는 곳도 있다. 공사가 끝나고 준공검사를 하다보면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실이나 반자 속의 마무리가 허술하게 돼있음을 종종 보게 된다.

공사현장의 청소도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이 다름을 볼 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남이 볼 때와 보지 않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내 자신을 돌아본다. 스티브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이끈 카리스마 넘치는 선구자다. 그는 컴퓨터 내부의 부품배치를 보면서 여러 가지 지적을 하며 평가를 했다. 그러자 이에 화가 난 개발자가 "누가 PC보드의 모양까지 신경 씁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지, 아무도 PC보드를 꺼내보지 않는다고요." 하며 불쾌하다는 듯 쏘아 붙였다.

이에 잡스는 "내가 봅니다. 비록 그것이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 있다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가능한 한 아름다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응수했다.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해서 장롱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는 않지 않는가. 인류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성실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다. 삶에서 무슨 일이 주어졌을 때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일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근세 한국을 대표할만한 인물 가운데 도산 안창호 선생이 떠오른다. 개혁자이며 독립운동가인 그는 새로운 학문을 더 받아들여야함을 절감하고 지난 1902년 24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생활 중 학비와 활동비를 조달하기 위해 노동일을 시작했는데 그 때 있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가 어느 미국인 가정의 청소 일을 맡았는데 청소를 할 때 눈에 보이는 곳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청소도구를 만들어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했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집 주인이 감동을 받았다. 그 주인은 마치 자기 집을 청소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안창호에게 다가가 "당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하고 물었다.

안창호가 집주인과 헤어질 때 집주인은 "당신은 청소부가 아니라 신사입니다."라고 했단다. 남들이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작은일'에도 정성을 다했던 안창호는 독립운동이라는 민족의 대사(大事)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이 세상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재능이 필요하다. 불타오르는 열정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성실'이다. '성실'을 무기로 삼는 사람들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런 사람들은 조금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자기의 뜻을 이루고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 고속 성장으로 치달으며 국가적 총체적 위기의 어려움에 처해 값비싼 대가를 혹독히 치루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어떤 일이든 눈가림 아닌 진실한 마음과 주인의식으로 성실을 무기삼아 살아가야 하겠다.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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