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어진 송사에 앙심 품고 브로커 통해 범행

 

사업 계약 문제로 장기간 송사를 벌이면서 감정이 나빠진 상대방을 청부살해한 중소 건설사 대표와 공범들이 범행 7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살인교사 및 살인 등 혐의로 S건설업체 사장 이 모 씨(54)와 조선족 김 모 씨(50), 브로커 이 모 씨(58)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브로커 이 씨와 조선족 김 씨에게 자신의 소송 상대방인 K건설업체 사장 A 씨(59)를 살해하라고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선족 김 씨는 지난 3월 20일 오후 7시 20분께 강서구 방화동의 한 건물 1층 계단에서 A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브로커 이 씨는 사장 이 씨와 김 씨를 연결해 준 혐의다.

사장 이 씨는 경기도 수원의 아파트 신축공사와 관련, 지난 2006년 K건설업체와 70억원짜리 토지매입 용역계약을 했지만 매입을 다 하지 못 해 결국 계약이 파기됐다.

이 때문에 재산상 손실을 본 이 씨와 A 씨는 이후 서로 보상하라며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냈고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씨는 2010년 또 다른 업체와 용역계약 후 K건설업체를 상대로 대금 5억원을 대신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해 그 돈을 받아냈다.

이후 이 씨는 A 씨가 항소해 결국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1심 재판 결과로 받은 5억원을 돌려주지 않다가 A 씨로부터 사기 혐의 등으로 오히려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당했다.

이 씨는 현금 2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하거나 자신이 조직폭력배라고 협박하면서 소송 중단을 요구했으나 소용이 없자 결국 K업체 관계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애초 범행 대상은 소송을 담당했던 K업체 직원 B 씨(40)였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본거지인 수원에서 30년 넘게 알고 지내던 브로커 이 씨에게 "보내버릴 사람이 있는데 4000만원을 줄 테니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고 '이중청부'를 시도한 것이다.

이에 브로커 이 씨는 수원 지역 '세계 무에타이·킥복싱 연맹' 이사를 지내면서 중국에서 체육 관련 행사로 알게 된 연변 공수도협회장 김 씨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김 씨는 그때부터 2개월 간 K업체 주변을 배회했지만 B 씨가 퇴사한 뒤여서 소재 파악에 실패했고, 결국 사장 이 씨는 범행 대상을 A 씨로 바꿨다.

중국에서 체육 교사를 하다 한국에 사는 가족을 만나러 2011년 입국한 김 씨는 단순노무가 불가능한 F-4 비자를 받은 터라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못 했기 때문에 브로커 이 씨의 청탁을 쉽게 받아들였고 결국 3100만원을 챙겼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했으나 사장 이 씨와 브로커 이 씨는 혐의를 전면 또는 일부 부인 중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애초 B 씨를 살해하려 계획한 것도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고 사장 이 씨와 브로커 이 씨에게는 살인예비교사 혐의를, 조선족 김 씨에게는 살인예비 혐의를 각각 추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족이 낀 청부살해 사건 피의자들을 검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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