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가을이 깊어간다. 출근길, 차문을 열면 여름 내내 뜨거웠던 차안의 열기가 사라지고 차가운 아침기온이 전해진다.
길옆으로 열을 지어 물 만난 고기처럼 아름답게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이미 누렇게 패기 시작한 들판의 이삭 역시 곧 가을이 더 깊어갈 것임을 알린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 탓에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추석 물가와 상차림에 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매스컴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국내·외 악재로 추석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소식이다.
그러니 반가운 소식보다는 걱정하는 내용이 많다. 추석 상차림에서 농업과 농촌이 소식에 빠질 리 없다.
중국산 농산물이 우리 밥상에 올라선지 오래인데다 조류독감 그리고 광우병발병 미국산 쇠고기까지 크게 이슈화되었던 올해다. 어느 해보다 우리 농업과 농촌이 힘들었던 시기라는 생각에 농민들의 아픔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필자처럼 농촌이 고향인 독자들이라면 밥상 위에 가득 차 있는 외국 농·축산물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으리라.
힘들겠지만 조금 더 보태서라도 이번 추석에는 우리 농산물을 추석상을 채워보면 어떨까?
게다가 선물용으로 우리 농축산물을 선택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특히, 요즘 한창인 제철 과일은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 먹거리나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마침, 충북의 여러 고장에서 과일이 한창이다.
지자체별로 수확기에 맞춰 축제를 여는 등 특산물을 알리고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럼 어디에 어떤 과일이 있을까?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계신 집이라면 영동이나 옥천산(産) 캠벨얼리 포도를 추천하고 싶다.
과립이 많은 포도는 다산(多産)을 상징하기 때문에 옛 추억으로 어우러진 가족 간 대화에 안성맞춤이다.
항(抗)산화물질인 레스베라톨과 폴리페놀은 치매와 관련 깊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축척하는 것을 막아 준다.
요즘 건강의 화두인 유해산소 제거와 심장병·노화·암·동맥경화 방지에도 좋다고 하니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제격이다.
추석에 유난히 숙취로 고생하는 남편에게는 영동과 청원산(産) 배가 최고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배는 심장을 맑게 하며 화를 내리게 해주고 입 마름과 주독을 없애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니 추석 연휴에 인맥관리로 고생길이 훤한 가장들의 장(腸)에는 배가 최고일 밖에! 명절 증후군에 고생하는 아내들이 빠질 수 없다. 남편들은 명절 내내 고생한 아내들에게 매일 아침 괴산과 충주산(産) 부사를 사과주스로 만들어 잃은 점수를 만회해 보자. 사과는 구연산과 주석산 등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몸 안에 쌓인 피로물질을 제거하고,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 그만이다. 짠 음식에 육식으로 과잉 흡수된 염분을 걱정한다면? 걱정 마시라. 사과에 포함된 칼륨이 몸 안의 염분을 적절히 배출해 줄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다는 속담만큼 각박한 요즘에 필요한 지혜가 또 있을까?
우리 농산물과 함께 하는 덕담은 누구에게나 고단함을 씻을 수 있는 최고의 묘약이 될 수 있으리라.
올 추석이 모두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만그런 명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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