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前 충청대 교수)

이젠 성하(盛夏)의 계절도 떠나고 어느새 따스한 햇살과 쪽빛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이른바 만추(晩秋)의 계절이다.
 

가을이 익어가는 산과 들녘에는 풍성한 결실과 아름다운 풍광(風光)으로 가득하다.이를 바라보노라면 보람과 환희가 넘치기도 한다.
 

오늘 같은 날,밖으로 나가 조용히 귀 기울이면,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가 삶의 깊은 소리처럼 가슴으로 밀려와 바스락 거린다.
 

그러기에 참으로 생(生)의 오묘함을 느낀다.
 

요즈음과 같은 계절의 변화 앞에서 서면, 과연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꾸만 되짚어진다.
 

이 같은 계절에는 아무래도 호젓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修行者)처럼, 단풍이 어우러진 산길을 조용히 거닐면서 삶의 깊은 소리를 들어야겠다.
 

가을은 바라만 봐도 많은 생각이 스며드는 참으로 의미 있는 계절이다.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인 인간에게 아주 어울리는 사색(思索)의 계절이다.
 

그동안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허둥대는 동안, 여름은 어느새 떠나 가고, 그 자리에 만추(晩秋)의 끝단이 머물러 있다.
 

이제 이 가을도 그리움으로 물들인 가슴만 남기고, 표연(飄然)히 떠나갈 것이다.
 

별리(別離)의 마지막 손짓을 하면서 말이다.
 

그 순간엔 그리움과 회한(悔恨) 이 마음을 적시고 말 것이다. 
 

돌이켜보면 굽이굽이 이어온 삶의 여정(旅程)!
 

세월의 강물이 많이 흘러 세월이 무겁게 느껴지는 지금… 자꾸만 지나간 삶의 뒤안길을 되돌아 본다.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그저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 가느냐가 삶의 가치를 결정한다. 모름지기 인간은 초자연적인 질서에 의해 생성된 피조물(被造物)이다.
 

고로 풍성함과 성숙한 이 자연 앞에서, 포용과 겸손의 미덕을 배워야 하며, 사유(思惟)와 성찰(省察)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표피적(表皮的)삶이 아닌 본질적(本質的)삶을 이루어 가야 한다.
 

이른바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그런 삶'이 되도록 말이다.
 

모쪼록 물질적 풍요로 정신적 가치가 매몰(埋沒)되기 쉬운 오늘 날, 사유(思惟)의 오솔길에서 삶을 진지하게 철학(哲學)하면서 보다 성숙(成熟)한 인간으로 만들어 가자.

/곽의영(前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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