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얼마 전 경기도 판교에서 걸그룹의 공연을 좀 더 잘 보이는 위치에서 보기위해 시민들이 환풍구 위로 올라가 공연을 관람하던 중 환풍구 위 철망이 시민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그 위에 있던 시민들이 20m 아래로 추락해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피해시민들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였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학창시절 필자가 살던 곳 근처에서 일어나 더욱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비롯해 온 국민을 비통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사고까지 우리나라에만 유독 대형 참사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수사기관 및 행정청은 뒷수습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경찰은 환풍구가 설계시 요구되는 기준 강도를 갖추지 못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해 처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고 있고, 행정청은 그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환풍구 주변에 접근차단 펜스를 설치하는 안을 고려중에 있다고 한다.
시공 상에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하고, 사고의 재발방지를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비아냥거릴 수 있지만, 소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사회에선 소를 잃을 만한 외양간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어디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꾸면서까지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으나, 여전히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관련 법규정에 흠결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선박안전법을 비롯해 법령명에 안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법령만해도 142개가 될 정도로 촘촘하게 안전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참사에는 사고발생책임자 측의 '준법의식 결여'와 사고당사자측의 '안전불감증'이 결합돼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人災)'라는 말을 쓰곤 한다. 사람이 만든 재앙이라는 것이다.
사고관여자의 '준법의식 결여'와 '안전불감증'을 비단 사고와 관련된 개개인의 문제로 봐서는 진정한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고, 미비한 관련규정을 정비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사회문화에 있다고 본다.
한밤중에라도 당연히 지켜야 할 신호등을 지키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많은 국민들이 법과 원칙을 곧이곧대로 지키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잣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전반에 엄정하고 공정한 법과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위정자 및 책임자들의 절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준법정신이 도덕 시험을 치를 때나 필요한 것이 아니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각인시켜줄 교육이 따라와줘야 것으로 본다. 문화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을 만드는 것은 바로 교육이다.
/유달준(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