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선동열(51) 감독이 전격 사퇴한 배경에는 자꾸 악화되는 여론과, 이에 의해 커져가는 팀과 자신의 상처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KIA와의 3년 계약을 마치고 지난 19일 구단과 2년간 재계약한 선 감독은 불과 엿새 만인 25일 "지난 3년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끝까지 사퇴를 만류했다는 선 감독의 한 측근은 "이 분위기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팀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선 감독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만큼 선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셌고, 그 탓에 팀을 제대로 이끌기 어려운 만큼 큰 상처를 입었다는 의미다. 

선 감독은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에서 활약하던 현역 시절 11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1.20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슈퍼스타다.

팀의 레전드일 뿐만 아니라 '국보급 투수'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듯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화려한 이력을 쌓았고, 지도자로서도 삼성 라이온즈에서 다섯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과 세 차례 한국시리즈 진출 등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그는 2011년 겨울, 고향 팬들의 큰 환영을 받으며 스스로 '타이거즈맨'이라 말한 대로 KIA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았다. 

성적은 좋지 않았다. 

첫해인 2012년 5위에 머물렀고 2013∼2014년에는 연달아 9개 구단 가운데 8위에 처졌다. 

그를 '전설'이라 부르며 열렬히 환영하던 고향 팬들이 등을 돌리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1년 KIA를 4강에 올려놓은 뒤에도 커다란 비난을 받았던 전임 조범현 감독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선 감독을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된 선 감독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았지만, 구단과 모기업에서는 팀의 전설인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한 것보다 여론의 바람은 더 강했다.

구단 홈페이지에서는 '재계약 철회 릴레이'가 펼쳐졌고, 팬들을 향해 새로운 다짐을 밝힌 그의 편지에도 비난이 이어졌다. 

급기야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윤석민(볼티모어 오리올스)이나 군입대를 앞둔 안치홍 등 선수들과 빚어진 갈등 등이 공개되며 선 감독을 사면초가에 몰았다.

감독으로서의 책임과 권한 이상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떠안게 된 선 감독의 상처는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팎의 여론이 이렇게 악화되면서, 선 감독은 재계약 엿새 만에 지독한 레임덕에 몰린 처지가 됐다. 

결국 선 감독은 계약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사퇴하는 초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KIA는 선 감독의 사의를 수용해 이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인선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사령탑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마무리훈련을 준비해야 하는 KIA는 내년 시즌 운용에도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성난 여론 앞에서 선 감독과 팀 모두 큰 상처를 입은 '패자'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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