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오승환(32·한신 타이거스)이 시속 140㎞대 초중반의 변화구를 '빠른 슬라이더'라고 정의했다.

26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일본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오승환은 "나는 컷패스트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슬라이더 구속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프로야구 경기를 문자 중계하며 구종도 공개하는 일본 야후는 오승환의 140㎞대 초중반의 공을 '컷패스트볼(커터)'이라고 분류했다.

오승환은 25일 소프트뱅크와 일본시리즈 1차전에 6-2로 앞선 9회 등판해 슬라이더 3개를 던졌다. 이마미야 겐타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결정구가 시속 145㎞짜리 슬라이더였다. 일본 야후는 '커터'로 적었다.

오승환은 "보는 사람에 따라 커터로 분류할 수 있지만 슬라이더로 정의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한국에서도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 구종에 익숙해지면서 구속이 점점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147㎞"라고 밝히기도 했다.

컷 패스트볼와 슬라이더의 경계는 모호하다.

굳이 두 구종의 차를 표현하자면 슬라이더와 거의 같은 궤적을 그리지만, 꺾이는 각이 다소 작은 대신 구속이 더 빠르다.  

슬라이더를 능숙하게 던지는 투수들이 작은 변화를 주고자 컷 패스트볼을 다듬곤 한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이 2012년부터 슬라이더로 재미를 보고 나서 지난해부터 구속을 높인 컷패스트볼을 섞어 던져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전문가 중에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오승환도 "가장 중요한 건, 그 공을 던질 때 얻는 효과"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구속이 '직구 수준'으로 올라온 슬라이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할 때 효과는 극대화된다. 오승환은 슬라이더로 우타자의 바깥쪽을 공략한다. 이 덕에 오승환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27에 그쳤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25다.  

일본 프로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데이터가 분석한 오승환의 정규시즌 투구 비율은 직구 70.79%, 슬라이더(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비율을 합한 것) 21.64%, 포크볼과 체인지업 계통의 공 7.57%였다.  

피안타율은 직구 0.145, 슬라이더는 0.177이었다. 140㎞대의 빠른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38(58타수 8안타)로 더 낮았다. 구속이 떨어진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0.750(4타수 3안타)이었다.  

슬라이더 구속이 빠를수록 효과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

오승환은 일본 진출을 앞두고 "새 구종을 만들기보다는 내가 가진 직구와 슬라이더를 더 가다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는 가다듬을 필요가 없는 '돌직구'는 일본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그리고 오승환은 슬라이더의 구속을 키워 일본 타자들을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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