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2년 차인 '문화의 달'을 맞아 공식추산 1200여개 국내 문화행사 중, 2014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가 우리고장 오송에서 열린 것을 비롯 세계불꽃축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크고 작은 축제로 가을 내내 흥청거리고 있다.

화합과 전통문화 계승, 관광객 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근본취지를 내세워 최근 몇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제'니 '세계'라는 이름을 붙인 외국인 참가자와 투자협약이 가져올 경제·사회문화적 유발 효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언제인가부터 축제의 구조조정 쪽으로 강도 높은 정리를 보이는가 싶더니 결국 도루묵 제스처였다. 주민세 납기일을 맞추느라 허우적대는 민생을 보라. 큼직한 축제 한 번만 건너 뛸 경우 어림잡아 충북도민 주민세를 몽땅 감당할 여유까지 생기니 보통 사람들이 축제 뒤 의혹을 제기하는 건 당연하다.

씀씀이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터무니 없다면 축제주최자의 호된 질타가 옳다. 도대체 그 엄청난 혈세로 흉내내기 덫에서 언제쯤 자유로울지 물먹는 하마를 지켜보기 힘들어 하는 소리다.
 

 그동안 일부 단체장들은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자신의 치적과시용 축제를 열어 왔다.

올해도 헷갈릴 정도로 늘어나 예술과 문화 쪽에서 지역경제를 우선으로 꼽는 마을 축제까지 잠깐 씩 기웃거려도 하루 해가 짧다.  아주 가끔, 괜찮다 싶은 수준의 문화프로그램도 마주하나  산만하고 일과성 소비성 행사로 그치는 똑같은 메뉴와 반복적인 소음(騷音) 때문에 구경도 하기 전, 상처부터 입는다. 대부분 안전과 내용 면에서도 너무 뻔뻔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아무리 매뉴얼 타령을 해봤자 사고는 연발은 공연장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책임 떠넘기기야말로 철저한 매뉴얼 같아 한숨 먼저 나온다.  하루는 늦은 저녁,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리 싫지 않은 폭죽소리가 연발로 들리기에 함께해 보니 세가족이 모인 '발표회'였다.

현수막하나 내걸지 않고, 초등학생의 지휘로 신나는 노래와 훌라후프 묘기, 시낭송까지 이어졌다.  무대라야 아스팔트 위의 흰 주차선을 두고 구경꾼들이 내내 멈춰서서 계절 하나를 마무리하는 감동, 우리네 정서와 걸맞는 문화 아닐까?

 문제는 '과유불급' 이다. 남이 장보러 나서니까 갓 쓰고 따라가는 식의 잔치가 아니라 여건과 정서를 꼼꼼하게 따진 선급한 과제로  전통과 역사 특화 등, 시대정신에 맞는 창조 문화 감각이 필요하다.

지역 비전과 안목, 의식과 더불어 부가가치까지 높일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야 말로 축제의 품격 아닐까? 대부분 자치단체가 재정위기에 몰려있다.

이런 상황으로 디폴트 지경에 이른다면  결국  피해는 누구 몫인가? 오죽하면 내년부터 빚더미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재정 회복을 위해 '긴급재정관리제도' 시행이 예고된 상태다.

과도한 채무로 지급 중단 등 위기에 빠진 지자체에 중앙정부와 상급자치단체가 직접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예산 편성권을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축제의 구조조정부터 지혜를 모아 실천할 때다.

 /오병익 前 단재교육연수원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