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빛낸 투타 동갑내기

[충청일보] 기대했던 일본시리즈 최초의 한국인 투타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상 최초로 한국프로야구 출신 한국인 선수들이 서로 맞상대가 돼 일본시리즈를 치렀고, 의미 있는 기록도 생산했다.

25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구장에서 시작해 30일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끝난 일본시리즈에서 소프트뱅크 호크스 4번타자 이대호(32)와 한신 타이거스 마무리 오승환(32)은 경기 중 한 차례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5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했고, 오승환은 3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번번이 엇갈렸다.  

소프트뱅크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오르고 한신이 준우승에 머물면서 둘의 표정도 엇갈렸다.  

하지만 이대호와 오승환 덕에 한국 야구팬은 관심 있게 일본시리즈를 지켜볼 기회를 얻었다.  

한국 야구사에 남을 기록도 쌓였다. 이대호는 생애 처음 나선 일본시리즈에서 18타수 6안타(타율 0.333) 1홈런 4타점으로 활약하며 프로 데뷔 후 첫 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보면서 이승엽(2005년 지바롯데 마린스, 200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병규(2007년 주니치 드래건스), 김태균(2010년 지바롯데)에 이어 일본시리즈를 제패한 네 번째 한국 프로야구 출신 한국인 선수로 남았다.

26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4회 결정적인 솔로 아치를 그리며 이승엽(2005년, 2009년)과 이병규(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일본시리즈에서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  

이대호는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오승환은 28일 4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내준 장면을 무척 아쉬워하며 "내년에는 블론세이브도 줄이고 중요한 경기에서 홈런도 맞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도 "포스트시즌에서도 지치지 않는 돌부처"라며 오승환을 두둔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한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정규시즌 타이틀(센트럴리그 구원왕)을 획득하고 클라이맥스시리즈 최우수선수까지 수상한 오승환은 아쉬움을 남긴 일본시리즈에서도 '한국 기록'을 세웠다.  

오승환은 25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6-2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주니치 드래건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1999년 10월 27일 다이에 호크스(소프트뱅크 전신)와의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0-3으로 뒤진 상황에 등판해 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후 15년 만에 한국인 투수가 일본시리즈 마운드에 섰다.  

선동열 전 감독은 더는 일본시리즈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같은 팀에서 셋업맨으로 활약하던 이상훈 고양 원더스 코치는 엔트리에는 포함됐으나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29일 4차전에 등판하며 한국 프로야구 출신 한국인 투수 중 일본시리즈 최다 등판 기록을 세웠고, 30일 5차전에 나서면서 기록을 더 늘렸다.

오승환의 이번 일본시리즈 성적은 3경기에서 승패·세이브 없이 1⅔이닝 1피안타 1피홈런 1실점(평균자책점 5.40)이다.  

동갑내기의 우정도 시리즈 내내 화제였다. 오승환과 이대호는 경기 전 꼬박꼬박 만나 대화를 나눴고, 2차전이 끝나고 나서는 식사도 함께했다.

30일 일본시리즈가 끝나자 오승환은 시상식을 준비하는 이대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축하 인사를 했고, 이대호는 "고생했다"고 친구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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