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웅ㆍ소설가

이 세상에서 나이가 들거나 서툴러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들 한다.
그 하나는 섹스이고, 다른 하나는 골프라고 한다.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골프를 하면서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어느 필드에서 골프를 잘 치는 사업가 한사람과 동반경기자가 되어 공을 치는데 내가 티샷한 다음 이번에는 백개를 넘지 않겠지 라고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그 동반경기자가 구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20년 정도 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잠깐 생각을 해보더니 "골프를 모독하시네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의 핸디는 잘 맞을 때는 90대를 치지만 좀 안 맞을 때는 백개까지 쳐대는 것이었는데 20년을 쳤다면서 그렇게 하니까 골프를 모독하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골프를 모독하고 싶어서 서툰 것이 아니고 자주 필드에 나가지 않고 그냥 즐기는 차원에 머무니까 늘지 않는 것이다.
골프는 숙련공처럼 늘 운동해야 핸디를 유지하게 된다.
한때 싱글을 치던 사람이 3년간 전혀 안하다가 처음으로 필드에 나와서 함께 골프를 친 일이 있었다.
그 친구가 108개를 치는 것을 보고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년간 공을 치지 않으면서 그 동안 익혔던 운동 감각이 모두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섹스도 3년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약 10년 전에 서울경제 신문에 골프에 대한 연재소설을 쓴 일이 있었다.
그 기회에 골프의 역사와 골프룰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골프 레슨도 체계적으로 배웠고 골프 관련 서적들을 탐독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골프에 관해서라면 일가견을 가질만큼 이론에 밝았고 남이 보기에는 프로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전문가인 것 같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필드에 나가서 공을 치게 되면 이론처럼 되지 않는다.
당시 상당수의 신문 독자 가운데 나를 만난 인사들로부터 소설을 읽는 구독자라면서 골프를 많이 배우고 있으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수 배우고 싶으니 필드에 나가자는 제의를 받았다.
실력이 들통날까봐, 그렇게 제의한 사람하고는 동반 경기자로 나가지 않았지만 연재소설을 게재하는 신문사의 문화부장이나 국장하고는 필드에 나갔다.
그들은 내가 공을 치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는 것이다. 신기할 수 밖에 없다.
이론과 실제 운동의 감각과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이론과 행동의 차이가 어찌 골프뿐이겠는가.
인생을 통해서 그와 같은 일은 부지기수이다.
종교인이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전하면서도 본인의 행동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대표적인 이율배반이다.
따지고 들면 실천적인 실존주의 철학이 나오겠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이론과 행동은 항상 일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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