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일] 서일민ㆍ청주 기적의 도서관장

▲서일민 청주 기적의 도서관장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책이 있다.

부제가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로 붙여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인 슈테판 볼멘은 여성들이 지식에 다가갈 위치에 있지 않던 시대에 독서하는 여자를 그림의 소재로 삼은 화가들의 눈을 역사에 얹어 보여주는 책이다.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고흐, 마티스, 르느와르, 호퍼 등 많은 화가들이 각자의 화풍과 시선으로 포착하여 그린 책 읽는 여자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화가의 시선과 그림속의 주인공들이 책과 맺고 있는 관계를 음미하고 재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책에 대한 정의는 많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책을 통해 다른 세계속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세계를 만들거나, 또는 책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통해 건전한 문화의 발전을 기대한다.우리는 책과의 관계속에서 수많은 세계를 만나고 또한 책은 걸어 나와 사람과 접속하며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의 세계를 꿈꾸는 **자신의 세계를 가진 ** 지혜를 찾는 ** 다른 세계에 빠진 ** 다른 세계를 빨아들이는 ** 등 책과의 관계를 통해 독립된 개체로서 다른 세계를 가지게 된 여자(약자)의 존재는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책과 **사이에 파고들 틈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서 위험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독서열풍은 그 발원지가 입시라는 맹점을 가진 토양으로 거기에 양적 척도를 강조하고 관점을 테스트하는 독서환경은 실제로 책과 진정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에는 부족하며 독립적 사고력을 가진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2006년에 「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 지음)를 읽으며 책 읽는 청주(한 도시 한 책 운동)라는 이름으로 벌인 독서운동의 특징은 선정된 책을 통해 독자들이 만든 각각의 다른 세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에 있었다.

우스개 소리이긴 하지만 어느 화가가 「압록강은 흐른다」에 빠진 청주시민, <이미륵>에 빠진 청주시민을 그린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책 읽는 청주시민을 무언가 이루어 낼 것 같은 위험한 존재로 해석해준다면 어떨까?

올해도 두 권의 책을 선정해 상하반기에 전 시민이 참가하는 독서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1인 1책 펴내기 운동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손으로 전하고자 하는 책과 관계된 다양한 파장의 물결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확실히 청주는 위험하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는 책과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 말은 이용자와의 관계도 책과의 관계도 광범위하면서도 사서들에 의해 더 세밀하게 더 전문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람들이 책과 어떻게 만나는가 또 책은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한 관찰이 전문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길이 된다.

도서관은 자신의 세계를 꿈꿀 수 있는 책 자신의 세계를 만들게 해 주는 책 등 독자와 책이 최대한 많은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뚫어져라 바라보는 화가의 눈이 되기도 하고 「book+ing 책으로 만나다」(수유 연구실 + 연구 공간 너머 지음)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하는 나이트클럽의 삼촌(?)이 되기도 한다.

부킹을 통해 은밀한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자신의 세계를 가진 지적인 개개인으로 성장하게 되면 사회 전체가 하나의 이슈에 허둥대며 몰려다니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거리를 둔 관계들을 만들게 됨으로 안정감 있는 문화를 가져올 것 같다.

21세기는 지식정보의 시대로 지식이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산업사회의 자본을 넘어선다고 한다.

책의 중요한 기능가운데 하나를 지식의 전달이라고 할 때 책 읽는 **는 지식의 강화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가짐으로 위험하게 보이지만 유쾌한 독립공간을 가진 자유인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 봄에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 책과 관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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