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직한 친구들과 문의면에 있는 작두산과 양성산을 다녀왔다. 대청댐과 어우러진 단풍을 보고 싶어서다.
 

문의문화재단지 주차장 위쪽으로 올라 독수리바위와 팔각정을 보니 오래 전 문의초등학교에 근무하던 때가 아련히 떠오른다.
 

그 때만해도 뒷동산처럼 오르내렸는데, 지금은 오르막과 너덜지대를 다닐 때는 숨이 차기도 했다.
 

팔각정과 정상(해발 430m)에서 보는 풍광은 참으로 경이롭다. 작두산이 아닌 마치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듯했다.
 

문의면 소재지가 아담하고 정겹고, 굽이굽이 푸른 물결의 대청호가 발아래 펼쳐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울긋불긋 불타는 듯한 작두산이 푸르른 대청호 물결과 어우러져 한껏 자태를 뽐낸다.
 

대전의 신탄진이 손에 잡힐 듯하니, 충북이니 대전이니 하는 행정구역이 별 의미가 없다. 좁은 나라에서 지도 위에 선을 그어놓고 영남이니 호남이니 충청이니 아전인수하고 있다.
 

필자도 방문했던 문의초등학교 도원분교장이 아기자기스레 보인다. 아토피 치료 특화학교로 특성화해 학생수가 3배 이상 많아졌다니 무척 반갑다. 친환경 학교답게 운동장도 천연잔디로 깔려있다.
 

몇 년 전 청주의 어느 학교에 인조잔디를 깔았다고 홍역을 치르던 일과 대조된다. 친환경 전원학교 학생들답게 이 산에 올라 숲 체험을 하며 아토피 치유를 한다니, 몸 치유는 물론이고 자연 사랑과 정서 함양에도 더 없이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TV로 단풍 관광객 대문에 도로가 주차장이 되고 산천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산의 모양이 까치 머리처럼 생긴 작두산과 양성산만 와도 이름난 명산에 가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
 

어머니 품속 같은 자연은 우리에게 자양분이 되고 꿈, 희망, 낭만, 사랑, 행복, 호연지기(浩然之氣) 등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 고장에 이처럼 아름답고 정겨운 곳이 많은데도 먼 곳으로 심지어 해외로 장사진을 친다.
 

필자는 친구들 덕분에 매주 월요일 청주 근교의 산을 오르며 고장 사랑과 자연과 삶을 체험하고 있어 무척 보람 있다.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10대들이 삶에 대해서 느끼는 만족도가 매우 낮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결과 우리 10대들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경제협력기구)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고, 성장에 필요한 기본조건을  평가한 아동결핍지수도 54.8%로 최하위라니, 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 시급히 개선돼야 하겠다.
 

입시위주의 교육, 지나친 사교육, 인터넷과 게임에 몰두해 자연과 또래들과 함께하는 기회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입시 제도를 개선하고 방과후학교를 통해 사교육 병폐를 줄이려 힘쓰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미미한 것 같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여전히 1위라는 오명(汚名)을 안고 있다.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고, 심각한 자살률을 낮추는 데에도 자연과 벗해야 한다.
 

진취적인 기상, 바른 마음, 고운 정서,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길러주는 데에도, 요즘 가을 산 같은 자연은 훌륭한 배움터고 스승이라고 단풍이 반겨주는 작두산과 양성산을 다녀오며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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