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천 사회부장

"법 위에 잠자는 자는 법으로도 보호할 수 없다"
독일 법학자가 한 이 말은 '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라도 그것을 일정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 행사에 법이 조력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 유명한 법언(法諺)이다.
즉 소멸시효를 말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부당하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에도 민법 제766조 1항에 의해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뒤로는 영원히 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우리 나라 헌법 제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그럼에도 충청권은 건국 이후 60년 동안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역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당해왔다.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대통령후보 시절 직접 공약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자형 초광역개발권에는 국토의 중심에있는 충북만 쏙 빠졌다.
가뜩이나 내각 출범 때 충북 출신을 기용하지 않아 자존심 상했고, 수도권 전철 청주공항 연장 예산 전액 삭감, 행복도시 이전기관 변경고시 지연 등으로 '홀대론'에 분노했던 충북도민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지난 4일에는 대규모 '중부내륙첨단산업·관광벨트 관철과 수도권규제완화 저지를 위한 충북도민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날 당초 계획은 도민 1만여명이 참석해 큰 목소리를 냄으로써 '충북을 더 이상 홀대하면 성난 민심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경각심을 정부 여당에 주겠다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참석 인원은 겨우 5000여명에 불과했고, 더구나 현장에 온 사람들도 행사 시작 얼마 안돼서 삼삼오오 빠져나가 정작 중요한 결의문 낭독 때는 행사장이 썰렁했다는 보도다.
궐기대회 후에는 청주체육관에서 상당공원까지 가두행진을 하며, 대정부 요구안이 관철되도록 도민들의 역량 결집을 호소할 예정이었으나 인원부족으로 결국 하지 못하고, 궐기대회는 용두사미로 끝맺을 수 밖에 없었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정부는 중요한 초광역개발계획수립·시행하고,정부 각 부처와 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려 하고 있고, 첨단의료복합단지나 차세대가속기 등 엄청난 경제유발효과가 있는 것들을 어느 지역엔가 배치하려고 하고 있다. 바로 지금이 각 지역에서, 특히 충북에서는 중앙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하여 지역의 이익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소멸시효 기간인 것이다.
어영부영하다가 이런 저런 것들이 다른 지역으로 확정되고 나면 그 때가서 아무리 떠들어도 이미 '지나간 버스'인 것이다.
이번에 충북도민이 무서운 기세로 궐기대회를 한다고 했다가 지지부진한 것이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다시 한번 얕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이번 일은 지역 발전을 위한 것이고, 여당 야당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필요한 사안임에도 충북지역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미리 찬물끼얹는 성명서를 내고 인원 동원에도 소극적이었음은 충북 도민들의 평가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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