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온 몸으로 가을 햇볕을 받으며 무심천을 걷는다. 징검다리 중간쯤에 앉아 물속을 들여다보니 물이 참 맑고 깨끗하다.
 

쏟아지는 햇살에 여울이 눈부시다. 물속에는 송사리들이 떼를 지어 유영(遊泳)을 하고 수초(水草)들은 물결에 몸을 맡겨 너울거린다. 보행로를 따라 걷다보니 억새들이 은빛장관을 이루고 이따금씩 갈대들이 섞여 바람에 일렁인다.
 

필자는 매일 오찬 후에 무심천 변을 산책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걷다보니 특별한 일이 있는 날 이외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됐다.
 

햇볕의 이로움에 대한 정보를 요즘 들어 자주 접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햇볕은 신체의 잔병들을 치유하는 자연의 명약이라며 많이 쬘 것을 권한다.
 

특히 가을 햇볕은 편두통을 완화하고 체내 자연 발열효과의 활성화로 냉증이나 냉방병을 예방하는 등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치료를 하고 있단다.
 

낮에 햇볕을 쬐면 눈의 망막에 1억 개 이상의 광수용체와 시신경을 통해 뇌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주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숙면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과 심리적인 평화와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이라고 한다. 
 

그리고 햇볕은 비타민 D의 최대 공급원으로 간과 신장에서 대사를 거쳐 활성화비타민 D로 바뀌며, 이는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율을 높이고 적당한 양은 혈액 속에 저장돼 혈장 내 칼슘농도를 조절해 뼈 조직에 인산칼슘을 침착시켜 우리의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렇듯 햇볕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것 같다. 아울러 신체의 건강과 함께 마음의 양식(良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란 책을 보고 있다.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주인공 '작은 나무'가 체로키 인디언인 조부모와 함께 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디언들의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다 보고나면, 예전에 읽었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다시 봐야겠다.
 

'돈이 모자라 표를 구입하지 못하고 떼쓰는 어린 딸을 달래는 가난한 모녀를 본 주인공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극장표를 아이에게 건네주고 말없이 아버지와 함께 돌아서는 흑인소년'의 코끝 찡한 글을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그래서 쇠잔(衰殘)의 계절 가을, 시들고 메말라 가는 가슴을 따뜻한 이야기로 위로하고프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지 않던가

/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